
사람은 때로 현실보다 자신이 믿고 싶은 세계에서 살아간다. 그것이 환상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 작은 세계마저 놓아버리면 견디기 어려운 순간이 있기 때문이다.
1947년 발표된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는 테네시 윌리엄스에게 퓰리처상과 뉴욕 극비평가협회상을 안기며 그를 미국을 대표하는 극작가의 반열에 올린 작품이다. 이후 영화로도 제작돼 비비안 리와 말론 브란도의 강렬한 연기로 시대를 넘어 사랑받는 고전이 됐다.
이야기는 블랑쉬가 ‘욕망(Desire)’이라는 이름의 전차를 타고 미국 남부 뉴올리언스에 도착하면서 시작된다.
한때 명문가의 딸이었던 블랑쉬가 찾아간 곳은 여동생 스텔라와 남편 스탠리가 살고 있는 좁고 허름한 아파트다. 지나간 시간의 우아함과 환상을 놓지 못하는 블랑쉬와 거칠고 현실적인 스탠리는 처음부터 부딪힌다. 그리고 그 사이에는 두 사람을 바라보며 자신의 사랑과 현실을 지켜내려는 스텔라가 있다.
하지만 이 작품이 7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사람의 마음을 붙잡는 것은 욕망이나 갈등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그 중심에는 상실 이후에도 어떻게든 살아가야 하는 인간의 외로움과 저마다의 방식으로 현실을 견뎌내는 사람들의 모습이 있다.
이번 무대에는 송일국, 송선미, 사강, 김주희를 비롯한 배우들이 함께한다. 각기 다른 색깔을 지닌 배우들이 테네시 윌리엄스가 그려낸 인물들의 욕망과 외로움, 흔들리는 감정을 무대 위에서 섬세하게 풀어낼 예정이다.
사강은 블랑쉬의 여동생이자 스탠리의 아내인 스텔라 역으로 무대에 선다. 언니 블랑쉬와 남편 스탠리 사이에서 사랑과 갈등, 현실의 무게를 마주하는 인물이다. 서로 다른 두 사람 사이에서 흔들리는 스텔라의 복잡한 감정을 사강이 어떤 시선과 호흡으로 그려낼지 기대를 모은다.
연극은 현실과 환상, 욕망과 좌절 사이에 놓인 인간의 마음을 비추는 거울과도 같다. 때로는 한 인물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미처 들여다보지 못했던 마음을 발견하게 하고, 무대 위 짧은 순간을 통해 오래도록 남는 질문을 건넨다.
“나는 언제나 낯선 사람의 친절에 의지해왔어요.”
연극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는 10월 8일부터 11일까지 마포아트센터 아트홀맥에서 공연된다. 러닝타임은 100분이며 14세 이상 관람할 수 있다.
70여 년을 달려온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가 다시 출발한다. 누군가는 욕망을 안고, 누군가는 상처를 안고 그 전차에 오른다.
중요한 것은 어디에서 내려야 하는지를 아는 것보다, 삶이 우리를 어느 역에 내려놓더라도 다시 자신의 두 발로 걸어가는 일인지 모른다.
그리고 삶은, 그렇게 다시 이어진다.
양지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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