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n Soccer

손흥민·김민재·이강인, 모레노호와 엇박자

서정민 기자
2026-10-03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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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레노 감독. 사진=연합뉴스


한국 축구대표팀이 베네수엘라전 졸전 이후 흔들리고 있다.

김민재가 선수단 전체의 적극성을 공개적으로 지적하고 손흥민이 이에 공감한 가운데, 이강인의 활용법을 둘러싼 의문까지 커지면서 로베르트 모레노 감독의 전술과 선수들의 목소리 사이에 미묘한 온도 차가 드러났다.

한국은 지난 2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베네수엘라와의 평가전에서 0-0으로 비겼다. 지난달 에콰도르를 3-0으로 꺾었지만 우루과이에 1-4로 패한 데 이어 베네수엘라전에서도 승리를 챙기지 못했다.

경기 내용도 답답했다. 한국은 전반 45분이 돼서야 첫 슈팅을 기록했다. 후반 들어 공격 빈도를 높였지만 끝내 득점하지 못했고, 오히려 베네수엘라의 위협적인 공격을 송범근의 선방과 수비진의 대응으로 막아내야 했다.

경기 후 가장 강한 목소리를 낸 선수는 김민재였다. 김민재는 ‘팀 전체적으로 다 같이 싸워주고 경합하고 수비해야 하는데 잘 안됐다. 솔직히 수비수들을 보면 불쌍하다’며 ‘전체적으로 다 같이 싸우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김민재는 단순한 활동량 문제가 아니라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경합을 같이 해야 하고 90분 내내 싸워야 한다’며 ‘경합에서 졌을 때는 주변에서 세컨드 볼을 잡아야 한다. 그러면서 팀의 퀄리티가 올라간다’고 말했다.

주장 손흥민도 김민재의 발언에 힘을 실었다. 손흥민은 ‘선수들도 다 같은 마음일 것이다. 김민재의 말이 이해된다’며 ‘매 경기 든든하게 뒤에서 버텨주고 있다. 공격수들이 더 잘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주장으로서, 팀 동료로서 미안하고 고맙다’고 밝혔다.

반면 모레노 감독의 진단에는 다소 차이가 있었다. 그는 선수들의 활동량이 부족했다는 지적에 ‘공수에서 다 같이 뛰어줬다’며 ‘데이터적으로 보면 선수들이 안 뛴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선수 개인의 움직임보다 원하는 방향으로 경기가 풀리지 않은 전술적인 문제를 살펴봐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김민재의 발언에 대해서도 ‘김민재는 대표팀에서 상징적이고 중요한 선수다. 김민재에게 무승부라는 결과는 충분하지 않다. 충분히 할 수 있는 이야기’라며 존중했다. 다만 경기력 부진의 원인을 바라보는 시선에서는 김민재와 모레노 감독 사이에 차이가 나타났다.

이강인의 활용법도 도마 위에 올랐다. 모레노 감독은 베네수엘라전에서 이강인을 오른쪽 측면에 배치했다. 하지만 공이 원활하게 전달되지 않으면서 이강인이 직접 아래까지 내려와 공격 전개에 관여하는 장면이 반복됐다.

소속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서 측면과 중앙을 오가며 공격에 적극적으로 관여하는 것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이강인이 상대 진영에서 드리블과 패스로 변화를 만들 수 있는 상황 자체가 많지 않았다. 전반 종료 뒤 이강인이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그라운드를 빠져나가는 모습도 포착됐다.

손흥민 활용법 역시 논란을 피하지 못했다. 최전방에 배치된 손흥민은 상대 수비진 사이에서 고립되는 시간이 길었다. 그러나 모레노 감독은 손흥민이 고립됐다는 평가에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다른 선수들도 해야 할 일을 잘 이해했다’며 다른 시각을 보였다.

모레노 감독은 현재 전술의 틀을 크게 바꿀 생각이 없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그는 대표팀을 건물에 비유하며 ‘지금은 건물을 짓고 있다고 생각한다. 한 층 한 층 쌓아 올리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 경기가 안 좋다고 갈아엎는 게 아니라 문이나 창문이 잘못됐는지 살펴보는 게 낫다’며 ‘조금씩 보완해 나가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결국 베네수엘라전 이후 대표팀에서는 같은 경기력을 두고 서로 다른 진단이 동시에 나오고 있다. 김민재는 ‘다 같이 싸우는 모습’을 요구했고 손흥민은 이에 공감했다.

반면 모레노 감독은 선수들의 활동량보다 전술 적응 과정에 무게를 뒀다.

여기에 이강인과 손흥민의 활용법까지 논쟁거리로 떠오르면서 모레노호가 해결해야 할 과제가 뚜렷해졌다.

한국은 오는 6일 오후 8시 용인 미르스타디움에서 우즈베키스탄과 이번 A매치 4연전 마지막 경기를 치른다.


서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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