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진선규가 ‘100일의 거짓말’에서 친근한 미소 뒤에 의심과 잔혹함을 감춘 사토 신이치로 변신해 첫 회부터 묵직한 긴장감을 선사했다.
사토의 첫 등장은 여유로웠다. 경찰과 총독부 고위 관료들이 기다리는 경성역 승강장에 제복 차림으로 나타난 그는 온화한 미소와 격의 없는 농담으로 환영을 받았다. 삼엄한 경호 속에서도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끄는 모습은 자신의 권력을 확신하는 인물의 여유를 드러냈다. 진선규는 부드러운 첫인상에 상대를 관찰하는 시선을 더해 숨겨진 위협을 암시했다.
미국 통신사 특파원 유필립(이무생 분)에게 먼저 악수를 청하고 유소란(김현주 분)에게 축하 인사를 건네는 순간에도 사토는 상대의 신분과 반응을 살폈다. 일본어를 알아듣는지 확인하는 모습은 친절한 인사조차 상대를 파악하기 위한 수단임을 보여줬다. 진선규는 호의적인 말투 속에 경계심을 담아 긴장감을 유지했다.
식사 장면에서는 사토의 치밀함이 더욱 두드러졌다. 유소란의 음식 솜씨를 칭찬하면서도 요리의 가짓수를 묻고 손짓을 관찰했다. 평범한 질문처럼 보이지만 상대의 정체를 가늠하기 위한 시험이었다. 진선규는 미소를 유지한 채 의심을 이어가며 일상적인 대화에도 팽팽한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과거 장면에서는 친근한 얼굴 뒤에 감춰진 잔혹함이 드러났다. 어린 히데오를 몰아붙이던 사토는 다른 소년을 소매치기로 지목한 뒤 태연하게 방아쇠를 당겼다. 이어 현재의 식탁에서 히데오(박진영 분)에게 당시 일을 기억하는지 물었다. 누군가에게는 지울 수 없는 공포를 가벼운 대화처럼 꺼내는 태도가 섬뜩함을 더했다.
이번 변신을 위한 준비 과정도 눈길을 끈다. 앞서 제작발표회에서 진선규는 “‘범죄도시’ 위성락을 조금 지워보고 싶다”라며 작품에 임한 목표를 밝혔다. 감독과 충분히 대화하며 인물을 구축한 그는 일본에서 두 달간 생활하며 하루 일곱 시간씩 대본을 외우고, 일본어 교사들과 수업하며 말의 흐름과 느낌을 익혔다고 설명했다.
첫 회에서 진선규는 한국어와 일본어를 오가는 대화 속에서도 상대를 관찰하고 시험하는 사토의 특성을 일관되게 표현했다. 인사와 칭찬, 질문마다 다른 의도를 담아내며 외국어 대사를 인물의 성격과 연결했다. 부드러운 말투로 다가가면서도 대화의 주도권을 놓지 않는 모습은 사토의 권력과 의심을 동시에 드러냈다.
최근 ‘애마’, ‘UDT: 우리 동네 특공대’, ‘자백의 대가’, 영화 ‘남편들’ 등에서 다양한 인물을 연기한 진선규는 이번 작품에서 또 한 번 변신에 나섰다. ‘UDT: 우리 동네 특공대’의 곽병남과 ‘남편들’의 충식으로 유쾌함과 액션을, ‘자백의 대가’의 장정구로 변호사의 면모를 보여줬다면 이번에는 친절한 태도 뒤에 냉혹함을 감춘 권력자로 새로운 얼굴을 드러냈다. 첫 회부터 웃음과 잔혹함을 함께 담아낸 진선규가 앞으로 사토의 의심과 욕망을 어떻게 펼쳐갈지 관심이 모인다.
한편, tvN 20주년 특별기획 ‘100일의 거짓말’은 매주 토, 일요일 밤 9시 10분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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