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을 오래 보다 보면 처음 보았던 모습과는 다른 얼굴을 발견하게 될 때가 있다.
그의 이름 앞에는 늘 강한 단어들이 따라붙었다. 무대에서는 가수였고, 링 위에서는 파이터였다. 지금은 AFC Global을 이끄는 대표라는 또 하나의 역할을 맡고 있다.
그래서 이대원을 떠올리면 먼저 ‘강한 사람’을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그의 답변을 따라가다 보면 조금 다른 온도가 느껴진다. 스스로 정한 기준을 중요하게 여기면서도 일상의 행복을 놓치지 않으려 한다. 앞으로 보여주고 싶은 새로운 모습에 대한 기대도 숨기지 않는다.
단단하면서도 따뜻한 사람. 이번 화보에서 그가 보여주고 싶었던 얼굴도 그쪽에 가까웠다.
사진 속 이대원은 힘을 앞세우지 않는다. 표정과 시선에는 여유가 있고, 그 여유 속에 지나온 시간이 묻어난다.
그 변화는 단지 화보의 콘셉트만은 아닌 듯하다.
그는 아이돌로 무대에 섰고, 트로트 가수로 다시 노래했으며, 격투기 선수로 링에 올랐다. 서로 다른 세계에서 여러 번 시작했고, 그때마다 익숙한 이름 대신 지금의 자신을 보여줘야 했다.
아이돌 무대에서는 함께하는 사람들과 호흡을 맞춰야 했다. 트로트를 부를 때는 자신의 목소리와 감정으로 한 곡을 채워야 했고, 링 위에서는 노래도 말도 아닌 움직임으로 자신을 증명해야 했다. 어느 한 경험이 다른 도전을 대신해주지는 못했다.
무대에서는 관객의 반응을 온몸으로 받아들이고, 링에서는 짧은 순간에 판단을 내려야 한다. 공연이 끝난 뒤의 고요함과 경기가 끝난 뒤의 숨 가쁜 순간은 다르다. 그러나 두 자리에 모두 서본 사람에게는 비슷한 질문이 남을 것이다.
오늘 자신이 할 수 있는 만큼 해냈는가.
스스로 가장 멋있다고 느끼는 순간을 물었을 때 그가 내놓은 답도 그 질문과 닿아 있었다.
“무대와 경기에서 결과와 상관없이 끝까지 최선을 다했을 때요. 자신과의 약속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지켜냈을 때 가장 멋있다고 느낍니다.”
그는 승리한 순간이나 큰 박수를 받은 날을 먼저 꼽지 않았다. 무엇을 얻었는지보다 자신이 어디까지 해봤는지를 돌아보는 답이었다.
결과는 뜻대로 되지 않을 수 있다. 낯선 무대에 서는 일이 매번 쉬울 리도 없다. 그럼에도 그는 한 분야에서 얻은 이름에 머무르지 않고 새로운 도전을 이어왔다. 아이돌, 트로트, 격투기라는 서로 다른 시간이 지금의 이대원 안에 함께 있다.
이제 그의 시선은 자신이 서는 무대 밖으로도 향한다.
AFC Global 대표가 된 지금은 선수들이 경기를 펼칠 자리와 단체의 방향을 생각해야 한다. 직접 링 위에 올라봤기에 그곳에 서기까지 얼마나 많은 준비가 필요한지도 알고 있을 것이다.
한 번의 경기에는 선수의 훈련과 선택, 결과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기대가 함께 실린다. 선수였을 때 자신에게 집중했다면, 대표인 지금은 여러 사람을 바라봐야 한다. 자신의 가능성을 증명하던 사람에게 다른 이들의 가능성까지 생각해야 할 시간이 찾아온 셈이다.

그런 변화가 그를 조금 더 깊은 사람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평소 자신을 관리하는 방식에서도 이대원다운 균형이 드러난다.
그는 일상의 행복을 위해 평소에는 조금 내려놓는 편이라고 했다. 하지만 분명한 목표가 생기면 운동과 식단, 건강 관리를 다시 꼼꼼히 챙긴다. 매 순간 긴장한 채 자신을 몰아붙이기보다는 집중해야 할 때를 알고 준비한다.
가수에게 필요한 몸과 파이터에게 필요한 몸은 같지 않다. 무대에서는 호흡과 표현이 중요하고, 경기에서는 체력과 순간의 대응이 중요하다. 두 영역을 오가며 자신을 조율해온 시간은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보다 더 많은 것을 말해준다.
음악을 대하는 마음에도 변화가 있었다. 아이돌과 트로트를 거치며 겉으로 어떻게 보이는지보다 자신의 목소리로 무엇을 전하는지가 더 중요해졌다.
“겉모습보다는 진정성, 남의 것보다 나를 표현하는 감성이 중요해졌습니다.”
잘 부르는 노래에서 자신만이 부를 수 있는 노래로. 그가 음악을 통해 전하고 싶은 이야기는 2편에서 조금 더 깊이 이어진다.
무대 밖의 이대원은 또 어떤 사람일까.
그가 전한 주변의 평가는 ‘의리남’, ‘생각한 건 꼭 해내는 사람’이었다. 처음에는 조금 차갑게 보일 수 있지만, 알고 나면 착하고 따뜻한 사람이라는 말도 듣는다고 했다.
그 답을 떠올리면 처음의 강한 이미지가 조금 달리 보인다. 누구에게나 다정한 말을 쉽게 건네기보다, 자신이 중요하게 여기는 관계와 태도를 꾸준히 지키고 싶어 하는 사람에 가깝다.
‘멋있는 남자’에 대한 생각을 물었을 때도 비슷했다.
“항상 절제할 줄 알고 책임감과 배려를 지닌 사람. 말보다 행동으로 진심과 믿음을 보여주는 사람입니다.”
그 답에는 ‘강하다’는 말이 없었다.
몸을 단련하고 승부를 겨뤄온 사람이 멋의 조건으로 ‘절제’를 꼽았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누군가를 이기는 일보다 자신을 다스리는 태도를 이야기했기 때문이다.
힘이 있다는 사실보다 그 힘을 어떻게 쓰는지가 중요하다는 뜻으로 읽혔다. 링 위에서는 상대와 맞설 용기가 필요하지만, 사람 사이에서는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고 상대를 헤아릴 줄 아는 태도가 필요하다.
그가 말한 멋은 완성된 누군가의 모습이라기보다 앞으로도 닮아가고 싶은 기준처럼 들린다. 그래서 더 자연스럽다. 스스로 멋있다고 선언하는 대신 어떤 사람이 멋있는지를 이야기했기 때문이다.
아직 보여주지 않은 얼굴도 있다. ‘트롯 파이터’라는 이름에 가려졌던 감성적인 보컬과 따뜻한 인간미, 기회가 된다면 연기와 예능에서 꺼내 보일 새로운 모습까지.
요즘 그를 설레게 하는 도전도 두 갈래다. 트로트 경연에서 다시 자신의 노래로 평가받는 일과 AFC Global을 이끄는 일. 한쪽에서는 관객 앞에 서고, 다른 한쪽에서는 선수들이 설 무대를 준비한다.
서로 다른 길을 함께 걷고 있다는 사실이 지금의 이대원을 설명한다.
현재의 자신을 한 문장으로 표현해달라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답했다.
“이대원의 제2막, 이제 시작.”
그 말이 좋은 것은 지나온 시간을 지우지 않기 때문이다. 아이돌이었던 날도, 트로트를 시작한 날도, 링 위에서 자신을 시험한 순간도 모두 지금의 그를 이루고 있다.
제2막은 전혀 다른 사람이 되는 일이 아닐 것이다. 익숙한 수식어 뒤에 있던 마음을 조금 더 보여주는 시간에 가깝다.
이번 화보를 보는 사람도 처음에는 파이터의 강한 표정부터 찾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의 답변을 다시 떠올리면 사진은 조금 달리 읽힌다. 부드러움, 진정성, 절제, 배려. 그가 직접 고른 말들이 사진 속 표정과 겹쳐진다.
처음에는 파이터라는 이름이 먼저 보였다. 이야기가 끝날 무렵에는 그 이름을 지닌 사람이 보였다.
더 세게가 아니라, 더 깊게.
그리고 파이터의 온도는 생각보다 따뜻하다.
김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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