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S 2TV ‘너 말고 다른 연애’에서 서강준과 안은진의 29년 전 비극이 밝혀지며 깊은 여운을 남겼다.
남궁호와 첫 데이트에 나선 박수아(조아람 분)는 당돌한 말솜씨로 분위기를 이끌었다. 남궁호가 어떤 마음으로 한 달간의 만남을 제안했는지 알고 있던 그는 성인의 스킨십은 모두 자신 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러면서도 인간적인 호감을 이성적인 감정으로 착각하고 있다는 사실을 한 달 안에 바로잡는 것이 목표라며 선을 그었다. 하지만 행동은 달랐다. 박수아는 자신이 제안한 ‘10초 눈맞춤’조차 몇 초 버티지 못하고 시선을 피했다. 눈을 피하지 않는다면 더는 좋아하지 않는다는 증거라던 말과 달리, 그의 마음은 여전히 남궁호를 향해 있었다.
이미도는 한태승(이주안 분)과의 첫 데이트에서 그가 감춰온 상처를 마주했다. 한태승은 어린 시절 버려졌던 저택 앞으로 이미도를 데려가 불행이 시작된 장소를 보여줬다. 동정이라도 받고 싶었다는 솔직한 고백과 함께, 사람의 마음을 얻는 방법으로 상대를 미안하게 만들거나 상처 주는 일밖에 모른다고 털어놨다. 앞서 “나랑 한 달 만나면 그 남자한테 못 간다. 무슨 일이 있어도 꼬실 것”이라며 자신만만했던 모습 뒤에는 사랑하는 법도, 사랑받는 법도 알지 못하는 아픔이 자리하고 있었다.
남궁호와 이미도가 자주 찾던 레스토랑에서 우연히 마주친 네 사람은 서로의 속내를 드러내는 계기를 맞았다. 한태승은 연락처 차단과 이사까지 요구하며 커플 사진을 찢는 도발로 남궁호를 자극했다.
이미도 역시 한태승의 속내를 모르지 않았다. 남궁호에게 다른 여자를 만나게 하면서까지 자신이 준 상처를 되돌리고 싶어 한 달간의 연애를 이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한태승이 왜 자신에게 끌리는지는 이해하고 있었다. 늘 이용당하고 버려지는 삶을 살아온 한태승에게 남궁호를 향한 이미도의 흔들림 없는 사랑은 한 번도 가져보지 못한 것이었다. 그래서 더욱 빼앗고 싶었던 그 마음을 들키자 한태승은 이미도가 아직 극복하지 못한 상처를 꺼내 들었다. 바로 아버지의 죽음이었다.
“어떻게 아버지를 죽게 만든 사람을 사랑할 수 있냐”는 한태승의 외침은 이미도를 29년 전 그날로 되돌려 놓았다. 유난히 추웠던 겨울, 이미도의 아버지는 강릉 바다에서 목숨을 잃었다. 인생에서 가장 슬픈 기억으로 남은 그날, 어린 이미도의 눈앞에는 젖은 몸에 담요를 두른 어린 남궁호가 있었다.
남궁호에게도 그날은 평생 잊을 수 없는 순간이었다. 친모의 무관심과 가혹한 학대에 시달리던 그는 죽음으로 고통을 끝내려 했지만, 이미도의 아버지가 그를 다시 살려냈다. 한편 남궁호는 이부동생 한솔(김동주 분)의 친권 포기를 두고 이미도까지 거론하며 뻔뻔하게 변호사를 요구하는 친모 최화영(최희진 분)을 마주했다. 그가 “아주아주 사랑하고 감사한 분들을 만난 순간 제일 먼저 느낀 감정이 원망”이라며 억눌렀던 울분을 쏟아낸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죽지 못한 자신을 원망했던 남궁호와 아버지를 잃게 한 남궁호를 원망했던 이미도. 서로에게 상처와 원망을 남긴 두 사람의 인연은 역설적이게도 서로를 살리는 순간에서 시작됐다. 7살의 두 아이와 현재의 남궁호, 이미도가 눈물 어린 시선을 나누는 장면은 깊은 먹먹함을 안겼다. 연인의 사랑이나 가족의 정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두 사람의 특별한 인연은 ‘다른 연애’라는 선택만으로는 끊어낼 수 없는 서사를 예고했다.
송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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