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첫눈에 반해 16년째 서로의 가장 든든한 편이 되어준 배우 이현경과 뮤지컬 배우 민영기가 bnt와 만났다.
오랜 시간 함께했기에 더 깊어진 믿음, 그 안에서도 여전히 반짝이는 설렘까지. 서로의 꿈을 응원하며 나란히 걸어가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Q. 첫 만남과 연인으로 발전한 계기
민영기: 뮤지컬 ‘삼총사’를 공연할 때 아내를 처음 만났다. 하얀 블라우스를 입고 계단을 올라오는 모습에 첫눈에 반했고 레슨을 하며 마음이 커졌다. 아내가 식사를 챙겨주는 모습에서 ‘이 사람과 결혼하면 밥 굶을 일은 없겠다’ 싶었고, 확신이 들어 적극적으로 다가갔다.
이현경: 무대에 서고 싶어 노래를 배우던 때, 남편은 활짝 웃으며 저를 반겨줬고 감정 표현이 솔직하고 순수한 사람이었다. 저는 원래 사람을 잘 챙기는 편인데 남편은 식사를 챙겨주는 제 모습을 특별한 마음으로 받아들였던 것 같다. 이후 남편이 적극적으로 고백했고 신중한 성격인 저도 조금씩 마음이 가게 됐다.
이현경: 어릴 때부터 현모양처가 꿈이었다. 그런데 결혼해서 살아보니 남편에게 몰랐던 재능이 있었다. 살림을 정말 잘한다. 제가 일하고 돌아오면 집이 제가 있을 때보다 더 깨끗해져 있기도 한다. 남편은 그런 걸 하면서 흐뭇함을 느낀다고 한다.
민영기: 설거지를 하면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이 든다. 더러운 식기를 닦아서 반짝반짝 빛나게 하면 제 마음도 깨끗이 씻기는 것 같다. 그래서 설거지가 쌓여 있으면 ‘오늘 내가 설거지해도 돼?’ 하고 물어본다. 아내가 흔쾌히 허락해 주면 고맙다고 하면서 열심히 한다.
Q. 서로의 활동을 지켜보며 존경심을 느낀 순간
민영기: 아내의 추천으로 드라마에 처음 도전하게 됐다. ‘7인의 탈출’을 촬영하면서 배우들의 순발력과 순간 집중력이 대단하다고 느꼈다. 뮤지컬이 두 달 정도 연습하고 몇 달간 공연을 이어가는 마라톤이라면, 드라마는 50m나 100m 달리기처럼 순간적으로 집중력을 발휘해야 하는 작업 같다. 리허설에서 동선을 맞추던 배우들이 실제 촬영에 들어가자 감정을 넣어 연기하는 모습을 보고 놀랐다. 저와 다른 방식으로 연기하는 배우들이 대단하다고 느꼈고, 아내가 그런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도 다시 한번 존경스럽게 다가왔다.

Q. 아내의 가수 도전이 부부 사이에 생긴 변화
이현경: 제가 음원을 내고 홍보 활동을 시작하면서 남편도 자연스럽게 대중가요를 접하게 됐다. 노래 교실에 함께 다니면서 뮤지컬을 잘 모르던 분들이 관심을 보이는 모습을 보고 새로운 음악을 알릴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남편이 대중가요에 대한 마음이 열렸다는 게 큰 변화인 것 같다.
민영기: 아내의 활동에 동행하면서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됐고, 직접 대중음악을 접하며 곡을 보는 시각도 달라졌다. 결혼 전에도 가요 음반을 낸 적이 있지만, 뮤지컬 노래처럼 부르다 보니 가요의 정서와 맞지 않는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얼마 전 ‘아침마당’에서 ‘딜라일라’를 불렀는데 반응이 좋았다. 맞는 곡을 찾으니 한번 해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Q. ‘이 사람과 결혼하길 잘했다’고 생각한 순간
민영기: 평소에도 결혼을 잘했다고 생각한다. 아내를 만나지 않았다면 지금 혼자 있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결혼 전에는 돈을 벌면 버는 대로 쓰고 저축의 중요성도 잘 몰랐다. 그런데 결혼하고 나니 아내가 알뜰하게 돈을 모았다. 나는 일하고 들어오는 돈을 맡기는 편인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자산이 꽤 늘어 있었다. 그걸 보면서 정말 결혼하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이현경: 다음 생에도 이 사람과 결혼하고 싶다고 이야기할 정도로 결혼에 만족한다. 한결같은 사람이라 늘 고맙지만, 요즘은 내가 노래를 하면서 더 고마움을 느낀다. 아직 배워가는 과정이라 궁금한 게 많은데, 남편에게 바로 물어볼 수 있고 무대에서 노래한 뒤에도 어떤 부분이 좋았는지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 매니저처럼 함께 다니며 도와주는 것도 고맙다.
Q. 아들 하람 군이 부모님의 무대나 작품을 보고 보인 반응 중 기억에 남는 게 있나
이현경: 최근 대본을 보며 아들과 대사를 맞춰봤는데, 아들이 대사만 보고도 인물의 감정을 바로 알아챘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뿌듯했다. 어릴 때는 아빠의 공연을 보고 멋있다고 느꼈는지 주변 사람들에게 ‘내 아빠야’라고 자랑하고 싶어 했다. 지금은 사춘기라 아빠와 티격태격할 때도 있지만, 여전히 아빠에 대한 애정을 표현할 때가 있다.
민영기: 공연이 끝나고 공연장에 있을 때 아들에게 전화가 온 적이 있다. ‘아빠, 오늘 진짜 잘하셨어요. 오늘 너무 멋있어요’라고 하더라. 아직 아기인 줄 알았던 아이가 객석에서 공연을 보고 그런 이야기를 해주니 정말 뿌듯하고 대견했다.
Q. 아들 하람 군이 예술 분야로 진로를 정하고 싶어 한다면 어떤 조언을 해주고 싶나
이현경: 정말 좋아하는 일인지, 부모를 보고 막연하게 동경하는 건 아닌지 잘 생각해 봤으면 한다. 아직은 진로가 바뀔 수도 있으니 학업에 충실하면서 지켜보려고 한다. 지금부터 진학을 위한 준비를 시키기보다는 본인이 선택할 수 있도록 기다려 주고 싶다.
민영기: 무대든 매체든 본인이 하고 싶은 연기를 일단 해봤으면 좋겠다. 직접 경험해 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Q. 각자의 활동에서 이루고 싶은 목표와 부부가 함께 해보고 싶은 일이 있다면?
민영기: 무대에 선 지 28년이 됐고, 뮤지컬 배우로서 어느 정도 목표를 이룬 것 같다. 이제는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보다 지금 하는 일을 더 단단하게 다지고 싶다. 방송에 도전하는 것도 뮤지컬을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 싶어서다. 아내와도 서로의 목소리에 어울리는 좋은 곡을 찾아 함께 노래하고 싶다.
이현경: 저에게 노래는 긍정과 희망을 주는 로또 같은 존재다. 노래를 만나 계속 부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남편과 함께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처럼 예쁜 곡이나 서로의 목소리에 잘 어울리는 노래를 불러보고 싶다. ‘가요무대’에도 출연하고 싶고, 남편과 함께 ‘열린음악회’ 같은 무대에 설 수 있다면 좋겠다.
Q. 이현경 배우에게 ‘미스트롯4’ 도전과 첫 음원 ‘쓸쓸합니다’는 어떤 의미인가
이현경: 처음부터 가수가 되려고 한 건 아니었다. 노래를 좋아하고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노래방에서 몇 시간씩 혼자 노래를 부르곤 했다. ‘도전천곡’에서 왕중왕전에 진출해 상을 받기도 했고, ‘미스트롯4’ 역시 결과보다 준비하는 과정이 즐거웠다. 그러다 초등학교 동창이 작사·작곡한 ‘쓸쓸합니다’를 만나 음원까지 내게 됐다. 배우와는 또 다른 마음으로 신인처럼 시작하며 다시 20대로 돌아간 듯 열심히 하게 됐다. 노래는 제게 에너지를 주는 선물 같은 존재다.
Q. 새로운 도전이 삶과 가족에게 어떤 변화를 가져왔나
이현경: 좋아하는 일을 하며 얻은 에너지가 새로운 도전으로 이어지는 것 같다. 최근에는 청소년 문화예술 프로젝트 ‘유스 스테이지 업’의 명예 홍보대사로 위촉돼 청소년들에게 도전의 의미를 전할 기회도 생겼다. 50대에도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모습을 아들에게 보여줄 수 있어 의미가 있고,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이런 경험이 아이에게 전해질 것 같다.
Q. 앞으로 연기자로서 도전해 보고 싶은 역할이 있나
이현경: 엄마 역할에 도전하고 싶다. 어릴 때부터 연기해 왔지만, 경험이나 상황이 부족해 충분히 표현하지 못했던 부분이 있었다. 지금은 살아온 경험이 있으니 어떤 상황이더라도 더 자신 있게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Q. 뮤지컬 ‘엘리자벳’에서 프란츠 요제프를 연기하며 중점을 둔 부분
민영기: ‘엘리자벳’은 초연부터 참여해 이번이 다섯 번째 시즌으로, 아들이 태어난 뒤 처음 했던 작품이라 의미가 크다. 이번에는 젊은 시절과 나이 든 시절을 모두 연기해야 해 젊은 모습을 표현하는 데 신경 썼다. 처음 작품을 했을 때는 어머니 소피에게 분노하는 감정이 컸지만, 아들을 키우면서 어머니의 마음을 이해하게 됐고 인물을 바라보는 시선도 깊어졌다.
Q. 민영기 배우에게 무대란 어떤 의미인가
민영기: 무대는 제 삶 자체다. 물론 지금은 가족이 더 우선이지만, 거의 28년 동안 무대에 서다 보니 무대는 제 앞마당처럼 편한 곳이다. 무대를 빼면 제 삶에 무엇이 남을까 싶을 정도로 삶의 일부가 됐다. 공연이 많을 때는 집에 있는 시간보다 연습실이나 공연장에 있는 시간이 더 많기도 하다. 그래도 가장 중요한 건 가족이다. 앞으로도 무대에서 계속 활동하고 싶다.
허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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