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꽃보다 더 장렬했던 차우민의 마지막 활약이 ‘보물섬’의 대미를 장식했다.
지난 12일 SBS 금토드라마 ‘보물섬’이 8주 간의 여정을 끝마쳤다. 폭발적인 관심 속에 방송된 최종회 시청률은 전국 15.4%·수도권 15.7%를 돌파, 또 한 번 자체 최고 시청률을 갈아치운 동시에 올해 방송된 미니시리즈 중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는 기염까지 토해냈다. 그야말로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마무리였다.
특히 차우민이 ‘보물섬’ 15-16회에서 보여준 반전의 두 얼굴은 안방극장을 순식간에 얼어붙게 만들었다. 그동안 이야기 전반에 드리운 팽팽한 분위기를 풀어준 천진난만한 미소를 지우고, 대산가를 차지하기 위한 폭주를 거침없이 펼쳐나갔다.
지선우(차우민 분)는 서동주(박형식 분)으로 안해 확실히 달라졌다. 검정고시 공부에 매진하기도, 차강천(우현 분)을 아버지라 부르며 대산그룹의 일원으로 자리를 잡아갔다. 그러던 어느 날, 지선우의 내면 속 잠자고 있던 탐욕이 깨워져 시청자들의 흥미를 자극했다. 바로 서동주와 허태윤(윤상현 분)이 이복형제라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
장차 두 사람이 자신에게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무한히 뻗치자 지선우의 심기는 불편해져만 갔다. 그는 눈앞에 닥친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차강천 회장의 하나뿐인 아들’이라는 이점을 이용했다.
지선우는 대산가의 후계자로서 입지를 점점 더 키우기 위해 자신의 존재를 더욱 과시하는 것은 물론, 서동주를 철저히 발밑에 두려는 노력 역시 아끼지 않았다. 이에 서동주를 바라보던 그의 따뜻한 눈빛은 어느새 싸늘하게 식었고, 만면에는 비릿한 조소만이 드리워져 긴장감을 배가시켰다.
극 후반 지선우는 시청자들에게 엄청난 타격감을 안겨준 주인공으로 거듭났다. 허태윤과 오붓하게 대화를 나누던 중 대산그룹 일가에 찾아온 평화를 깨뜨린 장본인이 된 것.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지선우의 악행은 충격을 안겨줬고, 더 나아가 클라이맥스를 완성 지은 결정적 역할로 작용했다.
차우민이 선사한 ‘보물섬’ 속 마지막 한 방은 안방극장에 충격 돌풍을 일으킬 만큼 강렬했다. 한층 성숙해진 그의 연기력이 제 힘을 발해줬기에 시청자들의 마음을 뒤흔든 임팩트로 모습을 잘 갖추게 됐다.
이렇듯 차우민은 전개가 흘러갈수록 작품에 없어서는 안 될 인물로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마냥 해맑던 소년에서 삐뚤어진 야심을 가진 악인으로 변모하기까지 내밀한 감정을 뜨겁게 불태우며 높은 몰입감을 부여했다.
전작 ‘스터디그룹’, ‘멜로무비’에 이어 ‘보물섬’에서도 인상 깊은 열연으로 재미를 꽉 붙든 차우민. 그는 넷플릭스 영화 ‘고백의 역사’, 새 드라마 ‘스피릿 핑거스’ 등 여러 차기작을 일찌감치 확정 짓고 쉴 틈 없는 연기 행보를 이어갈 예정이다.
또한 다양한 작품 속에서 눈에 띈 만큼, 그는 다음 달 개최되는 ‘제61회 백상예술대상 with 구찌’의 남자 신인연기상 후보에 지명되며 반박 불가한 대세 배우로 거듭났다. 차근차근 필모그래피를 채워나가며 진정한 배우로서 성장 중인 차우민이 수상의 영예를 차지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