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이 7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원유 밀거래 혐의를 받는 러시아 국적 유조선을 북대서양에서 나포하면서 미·러 간 새로운 긴장이 조성되고 있다. 러시아는 이를 “해적 행위”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미군 유럽사령부(EUCOM)는 이날 엑스(X)를 통해 “미 법무부와 국토안보부가 국방부와 협력해 제재 위반 혐의로 ‘벨라1호’를 나포했다”고 밝혔다. 해당 선박은 미 연방법원이 발부한 영장에 따라 미 해안경비대 먼로함의 추격 끝에 아이슬란드와 영국 사이 북대서양에서 나포됐다.
영국 국방부는 성명을 통해 미국의 요청에 따라 기지 제공과 공중 감시 등 작전 지원을 제공했으며, 이는 “국제법을 완전히 준수한 것”이라고 밝혔다.
벨라1호는 국제 제재를 위반해 러시아, 이란, 베네수엘라 원유를 불법 운송해온 ‘그림자 선단’(유령 선단, 암흑 선단) 소속 선박이다. 이 선박은 이란에서 출발해 베네수엘라산 원유를 싣기 위해 베네수엘라로 향하던 중 미 해안경비대에 적발됐다.
이후 추격을 피하기 위해 선명을 ‘마리네라호’로 변경하고, 선체에 러시아 국기를 그린 뒤 러시아 국적으로 등록했다. 크리스티 놈 미 국토안보부 장관은 SNS를 통해 “벨라호는 수주 동안 국기를 바꾸고 선체에 새 선명을 칠하며 법망을 피하려 했지만 실패했다”며 “해안경비대 먼로호 승조원들이 험난한 폭풍 속에서도 공해를 가로질러 끝까지 추격했다”고 밝혔다.
로이터는 나포 당시 잠수함을 포함한 러시아 군함들이 인근에 있었지만 작전 현장과의 정확한 거리는 불분명하다고 전했다. 러시아는 추적이 계속되자 외교 경로를 통해 미국에 추격 중단을 요청하기도 했다.
레빗 대변인은 해당 선박의 선원들에 대해 “연방 법률 위반으로 기소 대상이며, 필요할 경우 미국으로 데려와 재판에 넘겨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같은 날 미 남부사령부는 카리브해에서 또 다른 제재 대상 유조선 ‘소피아호’도 나포했다고 밝혔다. NYT에 따르면 소피아호는 카메룬 국기를 게양하고 있었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SNS에 “제재 및 불법 베네수엘라 원유 봉쇄는 전 세계 어디서나 전면 시행 중”이라고 강조했다.
러시아는 미국의 선박 나포에 즉각 반발했다. 러시아 교통부는 “1982년 유엔해양법협약에 따르면 공해에서는 항행의 자유가 보장되며, 어떤 국가도 다른 국가에 등록된 선박에 무력을 사용할 권리가 없다”고 비판했다. 지난달 마리네라호가 러시아 국내법과 국제법에 따라 러시아 국기를 달고 항해할 수 있는 임시 허가를 받은 만큼 미국의 행위가 불법이라는 주장이다.
러시아 하원 레오니트 슬루츠키 국제문제위원장은 “마리네라호 나포는 해상법과 유엔 협약을 위반한 행위”라며 “21세기형 해적 행위”라고 맹비난했다. 그는 “제재를 이유로 하는 선박 나포는 정당화될 수 없다”며 “미국이 점점 더 ‘법칙의 힘’을 무시하고 ‘힘의 법칙’을 따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레빗 대변인은 “해당 선박은 허위 국기를 게양한 뒤 무국적 선박으로 간주됐다”며 러시아 국적 선박으로 볼 수 없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번 작전으로 미국의 제재 집행 범위가 카리브해를 넘어 유럽 인근 해역까지 확대됐다. 로이터는 “러시아와의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다”고 했으며, NYT도 “양국 간 대립을 심화시킨다”고 지적했다.
특히 러시아 국적 유조선 나포는 미국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평화 협상에 나선 상황에서 미·러 간 새로운 긴장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의회에서 “유조선 나포는 베네수엘라의 안정화를 위한 노력”이라며 “베네수엘라 과도 정부는 미국과 협력하는 것만이 석유를 운송하고 수익을 창출하며 경제 붕괴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임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서정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