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故) 안성기가 혈액암 투병 중에도 끝까지 촬영장을 지키며 배우로서의 책임을 다했던 모습이 공개돼 먹먹함을 더하고 있다.
9일 방송된 SBS 추모 특집 다큐멘터리 ‘늘 그 자리에 있던 사람, 배우 안성기’에는 지난 5일 향년 74세로 별세한 고인의 마지막 촬영 현장이 담겼다.
결국 대사는 녹음 작업으로 대체할 수밖에 없었다. 박 감독은 “모니터를 보며 펑펑 울었다. ‘이게 선배님의 마지막 작품이 되는 게 아닐까’ 하는 두려움이 몰려왔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러면서 “선생님은 미동도 없이 꿋꿋하게 그 자리에 앉아계셨다. ‘오늘은 힘들다’고만 하셨어도 촬영을 접었을 텐데, 전혀 흔들림 없이 자리에 앉아 ‘제가 하겠습니다’라고 하셨다”며 끝까지 배우로서의 책임을 다했던 고인을 추모했다.
방송에서는 안성기가 38년간 단일 브랜드 최장수 모델 기록을 세운 커피 광고를 제안받았을 때의 일화도 공개됐다.
배창호 감독은 “안성기가 우리 집에 술을 먹고 찾아왔다. 광고가 들어왔는데 해야 하냐 말아야 하냐 하더라”며 “연기에 소홀하게 되지 않을까 고민하길래 당장 하라고 했다. 그걸 해야 생활이 안정을 찾고, 원하는 영화도 할 수 있다고 했다”고 전했다.
배우 박중훈은 “존경하는 선배가 떠나셔서 슬프다. 선배님과 영화를 찍은 것도 행운이지만 그런 인격자에게 좋은 영향을 받아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애도했다.
배우 한예리는 “선배님은 지각도, 빠지는 일도 없으시고 늘 성실하셨다”며 “마음 아팠던 것 중 하나는 ‘나도 너무 가고 싶다’라고 말씀하신 거다. 왜 이렇게 빨리 가셔서…“라며 눈물을 쏟았다.
생전 안성기는 인터뷰에서 “힘이 닿는 데까지 영화를 하며 계속 (대중) 곁에 있고 싶다”며 연기에 대한 열정을 밝힌 바 있다.
또 “저는 국민 배우가 맞는 것 같다. 팬클럽은 없지만, 모든 국민이 팬이라고 생각한다. 제가 잘 살길 바라는 마음이신 것 같다. 저 역시 거기에서 벗어나지 않고 배우로서 착실하게 잘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전하기도 했다.
9일 오전 서울 명동성당에서 엄수된 영결식에는 임권택 감독을 비롯해 정우성, 이정재, 현빈, 정준호, 박상원, 변요한 등 영화인 600여 명이 참석해 한국 영화계의 큰 별을 눈물로 배웅했다. 고인은 양평 별그리다에서 영면에 들었다.
안성기는 1956년 아역배우로 데뷔해 69년간 170여 편의 작품에 출연하며 국민 배우로 큰 사랑을 받았다. 2019년 혈액암 진단을 받은 후 이듬해 완치 판정을 받았지만 재발한 바 있다.
서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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