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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관 26명 증원·재판소원제’ 법사위 통과

서정민 기자
2026-02-12 07: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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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관 26명 증원·재판소원제’ 법사위 통과 (사진=연합뉴스)


대법관을 14명에서 26명으로 늘리고 대법원 판결에도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다. 국민의힘은 “사법부 장악 시도”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11일 전체회의를 열어 법원조직법 개정안(대법관 증원법)과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재판소원법)을 범여권 의원들만의 찬성으로 가결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법안 통과에 항의하며 표결에 불참하고 회의장을 퇴장했다.

대법관 증원법은 현재 14명인 대법관 수를 최종 26명으로 늘리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법안이 통과될 경우 이재명 대통령은 임기 중 조희대 대법원장 후임을 포함해 총 22명의 대법관을 임명할 수 있게 된다.

재판소원법은 대법원 상고심 등을 거쳐 확정된 판결이라도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반하거나 적법 절차를 거치지 않아 기본권을 침해했다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이다.

민주당은 재판소원 도입이 사법 신뢰를 높이고 국민 기본권을 두텁게 보호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법사위 여당 간사인 김용민 의원은 “재판소원이 도입되면 사법부가 헌법과 법률, 양심에 따라 재판하지 않는 경우 헌재에서 판결이 취소될 수 있다는 부담감이 생긴다”며 “이것이 사법 정의 실현에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재판소원제에 대해 “대법원을 최고법원으로 명시한 헌법 101조 위반이자 사실상 4심제 도입”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박영재 법원행정처장은 이날 법사위에서 ‘4심제 도입에 따른 소송지옥 우려’에 대한 국민의힘 의원의 질문에 “동의한다”고 답했다.

대법관 증원법에 대해서도 법원행정처는 “사법부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는 의견을 냈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앞서 “국가 백년대계가 걸린 문제”라며 “공론의 장이 마련되길 희망한다”고 밝힌 바 있다.

국민의힘은 두 법안을 ‘이재명 대통령 재판 뒤집기’를 위한 사법부 장악 시도라고 맹비난했다. 곽규택 의원은 “이재명 대통령이 유죄가 확정되면 그것을 뒤집어야 하기 때문에 재판소원을 도입하는 것 아니냐”며 “새 전원합의체를 만들어 기존 전원합의체 판결을 뒤집으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나경원 의원은 “사법체계 전체를 바꾸는 문제인데 법안소위에서 단 1시간 논의했다. 누가 봐도 날치기”라며 “대법원 확정판결조차 정치가 마음을 먹으면 뒤집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신동욱 의원도 “그렇게 좋은 것이라면 예전에는 왜 안 했나. 국민들은 다 알고 있다”고 꼬집었다.
국민의힘은 특히 대법관 증원법에 대해 “대법원 구성을 여권 친화적 인사들로 채우려는 전형적인 사법부 코드화 시도”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민주당이 사법개혁안 처리에 속도를 내는 배경에는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 위기가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당내 갈등으로 무산되면서 입지가 좁아진 정 대표가 당정청이 공감하는 사법개혁안 처리로 돌파구를 찾으려 한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시간표대로 차질 없이 타협 없이 처리하도록 하겠다”며 이달 중 처리 방침을 못 박았다. 법왜곡죄를 포함한 민주당의 3대 사법개혁안이 모두 2월 임시국회 내 본회의 처리 수순에 들어간 것이다.

여권 관계자는 “합당 논의 중단 이후 당 지도부가 법안 처리에 다시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며 “청와대도 입법 과제 처리 지연에 불만이 있었던 만큼 사법개혁안은 당정청의 교집합”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포함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법안 처리를 저지하겠다는 입장이다. 12일 예정된 본회의에서는 민생법안 처리를 위해 필리버스터를 진행하지 않지만, 24일경 예상되는 본회의에서 민주당이 사법개혁안 처리에 나설 경우 강경 대응할 방침이다.

문제는 여야 대치가 ‘대미투자특별법’ 등 시급한 민생법안 처리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 국회의 입법 지연을 직접 언급하며 관세 인상을 경고한 상황에서, 민주당의 법안 강행 처리에 반발한 국민의힘이 다른 법안 처리에도 협조하지 않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한편 이재명 대통령은 12일 청와대에서 정청래 민주당 대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와 오찬을 갖고 여야 협치를 모색할 예정이다.​​​​​​​​​​​​​​​​

서정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