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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여자 축구, 이란 3-0 완파

서정민 기자
2026-03-03 06:4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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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여자 축구, 이란 3-0 완파 


대회 전 불거진 처우 논란을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잠재운 대한민국 여자 축구 국가대표팀이 2026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아시안컵 첫 경기를 대승으로 장식하며 순항을 예고했다.

신상우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 대표팀은 2일(한국시간) 호주 퀸즐랜드주 골드코스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조별리그 A조 1차전에서 이란을 3-0으로 완파했다. 최유리가 선제골 포문을 열고, 김혜리가 페널티킥으로 쐐기를 박은 뒤 주장 고유진이 헤더 마무리로 3-0 대승을 완성했다. 앞선 경기에서 호주가 필리핀을 1-0으로 꺾으며 승점 3을 챙겼지만, 한국은 골 득실(+3)에서 호주(+1)를 앞서며 A조 선두에 우뚝 섰다.

신상우 감독은 이날 4-4-2 포메이션을 선택했다. 최전방에는 최유정(화천KSPO)과 지소연(수원FC 위민)이 투톱을 구성했고, 측면 미드필더로는 강채림(몬트리올로즈FC)과 최유리(수원FC 위민)가 자리했다. 중원 중앙에는 정민영(오타와 래피드FC)과 문은주(화천KSPO)가 짝을 이뤘다. 수비 라인은 장슬기(경주한수원)·노진영(문경상무)·고유진(인천현대제철)·김혜리(수원FC 위민) 포백이 담당했으며, 골문은 김민정(인천현대제철)이 지켰다. FIFA 랭킹 21위인 한국은 68위 이란을 상대로 초반부터 주도권을 틀어쥐며 경기를 지배했다.

전반전 내내 한국은 거센 파상공세를 퍼부었다. 전반 15분 강채림이 문전에서 결정적인 슈팅을 시도했으나 골키퍼에게 막혔고, 17분에는 문은주가 왼발 슈팅을 날렸으나 빗맞으며 기회를 날렸다. 한국은 전반에만 20개의 슈팅을 퍼부으며 이란을 압도했지만 이란의 수비벽 공략에 애를 먹었고, 득점은 좀처럼 터지지 않았다.

답답한 0의 균형을 깬 주인공은 최유리였다. 전반 37분, 중원에서 지소연이 전방으로 투입한 패스를 페널티아크 부근에서 최유정이 살짝 흘리자 오버래핑에 나선 장슬기가 골 지역 왼쪽에서 왼발 슈팅을 시도했다. 슈팅이 이란 오른쪽 골대를 맞고 나오는 순간, 문전에 자리 잡고 있던 최유리가 오른발 터닝 슈팅으로 이란의 골문 오른쪽 아래 구석을 정확히 갈라 선제골을 뽑아냈다. 전반 내내 한국의 일방적인 공세에 시달린 이란은 단 한 차례의 슈팅도 기록하지 못한 채 0-1로 전반을 마쳤다. 점유율 역시 한국 81.2% 대 이란 18.8%로 한국의 완전한 전반전이었다.

후반 시작과 함께 이란은 선수 2~3명을 한꺼번에 교체하며 반전을 노렸다. 후반 8분 역습 상황에서 파테메 파산디데가 페널티지역 오른쪽에서 슈팅을 시도했으나 골키퍼 김민정 정면으로 향했다. 이란의 후반 첫 슈팅이자 경기 전반을 통틀어 처음 맞이한 유효슈팅 장면이었지만, 한국의 골문을 흔들기엔 역부족이었다.

전력 차이를 확인한 신상우 감독은 후반 12분 최유리·최유정·강채림을 동시에 빼고 이은영(몰데)·김민지(서울시청)·송재은(강진)을 한꺼번에 투입하며 공격 라인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교체 카드는 단 2분 만에 결실을 맺었다. 후반 13분, 교체 투입된 이은영이 페널티지역 정면에서 상대 수비수에게 발이 걸리며 페널티킥을 획득했다. 키커로 나선 김혜리가 이를 침착하게 성공시키며 스코어를 2-0으로 벌렸다. A매치 137경기 베테랑인 김혜리에게는 2014년 11월 동아시안컵 괌전 1호골 이후 무려 11년 4개월 만에 터진 감격의 A매치 2호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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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여자 축구, 이란 3-0 완파 


후반 21분에는 아찔한 순간도 있었다. 세트피스 상황에서 한국 수비진이 순간적으로 마크를 놓쳤고 이란의 모나 하무디에게 헤더 슈팅을 허용했다. 다행히 공이 빗맞으며 실점 위기를 간신히 넘겼다.

가슴을 쓸어내린 한국은 후반 30분 프리킥 상황에서 세 번째 골로 승부에 확실한 마침표를 찍었다. 주장 고유진이 페널티지역 정면에서 번쩍 솟아올라 김혜리의 날카로운 오른발 크로스를 헤더로 정확히 연결하며 3-0 대승을 완성했다. 지난해 4월 호주전 ‘늦깎이’ A매치 데뷔 이후 7경기 만에 터뜨린 고유진의 데뷔골이었으며, 김혜리는 1골 1도움의 멀티 공격포인트를 기록했다. 한국은 이후에도 공세를 이어가 총 33개의 슈팅(유효슈팅 11개)을 쏟아냈지만 추가 득점 없이 경기를 마쳤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한국 여자 대표팀은 예기치 않은 내홍으로 여론의 따가운 시선을 받았다. 일부 선수들이 남자 대표팀과 동일한 비즈니스석 지원을 요구하며 훈련 보이콧까지 거론했고, 대한축구협회가 AFC 공식 대회 본선·아시안게임·올림픽 본선 등 장거리 이동 시 비즈니스석을 지원하기로 수용하면서 갈등이 봉합된 바 있다. 우려 섞인 시선 속에서 선수들은 압도적인 첫 경기력으로 스스로의 가치를 증명해 냈다.

반면 이란은 경기 내내 힘을 쓰지 못했다. 최고 지도자 알리 하메네이 사망 소식에 더해 미국·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인한 군사적 긴장이 고국을 뒤덮은 상황에서 선수단의 심리적 타격이 극심했다. 마르지예 자파리 감독은 공습 관련 질문에 답변을 전면 거부했고, 선수들도 공식 기자회견에서 침묵을 지켰다. 극도로 불안정한 팀 분위기는 결국 무기력한 경기력으로 고스란히 이어졌다.

이번 대회는 12개국이 3개 조로 나뉘어 조별리그를 치른 뒤, 각 조 1·2위와 3위 중 상위 2개 팀이 8강 토너먼트에 진출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특히 4강 진출 4개국과 8강 탈락팀 중 플레이오프 승자 등 총 6개국에게 2027 FIFA 브라질 여자 월드컵 본선 진출권이 주어지는 만큼 이번 대회의 의미는 각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