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onomy

국제유가 100달러↑…정부,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

서정민 기자
2026-03-10 07:28:26
기사 이미지
국제유가 100달러↑…정부,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


미국·이란 전쟁 여파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한 가운데, 정부가 2천 원대를 위협하는 국내 기름값을 잡기 위해 이번 주 석유 최고가격제를 전격 시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9일(현지시각) 뉴욕상업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 대비 4.26% 오른 배럴당 94.77달러에 마감했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의 브렌트유 선물도 6.8% 상승한 배럴당 98.9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국제유가는 중동 정세 불안이 고조되며 장중 한때 배럴당 119달러대까지 치솟아 2022년 6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약 3년 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차남이자 강경파로 평가받는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이란 차기 최고지도자로 선출됐다는 소식이 전쟁 장기화 우려를 키웠고,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인해 UAE·이라크·쿠웨이트·카타르에 이어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까지 생산량 감축에 나섰다는 보도가 공급 우려를 증폭시켰다.

그러나 유가는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들이 전략비축유 방출 등 대응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공동성명을 내면서 상승 폭을 빠르게 반납했다. 시간 외 거래에서는 배럴당 81.19달러까지 하락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CBS와의 인터뷰에서 “전쟁은 거의 끝났다고 생각한다”며 “이란에는 해군도, 통신망도, 공군도 없다”고 밝힌 것이 종전 기대감을 높였고,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전화 통화에서 이란전 조기 종식 방안이 논의됐다는 소식도 유가 하락에 힘을 보탰다.

다만 월가 은행들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수 주간 지속될 경우 유가가 배럴당 130150달러를 웃돌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원자재 데이터업체 케플러는 봉쇄가 즉시 풀리더라도 페르시아만 석유 수출이 완전히 회복되기까지는 67주가 걸릴 것으로 분석했다.

10일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전날 오후 4시 기준 서울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가는 리터당 1천949원을 넘어섰다. 경유 가격은 1천971원으로 휘발유와의 격차를 더욱 벌렸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전날인 지난달 27일과 비교하면 휘발유는 11%, 경유는 18% 이상 급등한 수치다.

이에 이재명 대통령은 전날 청와대에서 비상경제점검회의를 열고 “최근 과도하게 인상된 석유 제품에 대해 최고가격 제도를 신속하게 도입하고 과감하게 시행하라”고 지시했다. 산업통상부는 현재 관련 고시 제정 절차에 착수한 상태다. 산업부 관계자는 “이번 주 내 시행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며, 구체적 내용은 준비를 마치는 대로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석유 최고가격 지정제가 시행되면 1997년 유가 자유화 조치 이후 30년 만에 정부가 석유 시장 가격에 직접 개입하는 첫 사례가 된다.

현재 국내 정유사들은 아시아 시장의 벤치마크인 싱가포르 현물 시장 가격(MOPS)에 환율 등을 반영해 공급가를 산정하는 구조다. 최근 중동 정세 불안으로 MOPS 가격이 급등하면서 국내 공급가가 동반 상승했고, 여기에 주유소들이 재고 확보와 수익 보전을 위해 판매가를 선제적으로 올리면서 상승 폭이 확대된 상황이다.

정부가 검토 중인 방식은 주유소 판매가가 아닌 정유사 공급가에 상한선을 두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최근 몇 주간의 싱가포르 현물 시장 가격 평균에 일정 마진을 더해 정유사가 팔 수 있는 최고가를 정하는 방안이 유력하다”고 밝혔다. 전국 주유소는 직영·자영·알뜰주유소 등 운영 형태가 다양하고 지역별 원가 차이도 커 일괄적 가격 통제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기본적으로 2주 주기로 설계하려고 하며, 첫 번째 최고가격은 현재 소비자가 맞닥뜨리는 가격보다 낮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유류세 인하 등을 통한 완충 조치도 병행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가격 통제 시 우려되는 공급 부족 사태를 막기 위해 매점매석 고시를 통해 정유사가 생산량의 일정 비율 이상을 반드시 국내 시장에 판매하도록 의무화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 중이다. 가격 상한을 피해 물량을 비축하거나 수출로 돌리는 행위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구상이다.

정유사 손실 보전에 대해서는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 제23조에 근거해 국가가 보전해 줄 수 있으며, 정부는 이를 위한 재정 소요 시뮬레이션도 이미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유류세 추가 인하와 소비자 직접 지원 방안도 함께 검토하도록 지시했다. 현재 휘발유에는 7%, 경유와 LPG에는 10%의 유류세 인하율이 오는 4월 말까지 적용 중이다.

비축유와 관련해 김용범 실장은 국제에너지기구(IEA) 기준 208일분의 비축유가 있지만 국내 석유화학 산업 비중을 감안한 실질 가용 물량은 약 4개월분이라고 분석했다. 정부는 UAE에서 확보한 600만 배럴 외에도 전략적 협력 국가들을 통해 추가 물량 확보에 나서고 있다.

한편 코스피는 전날 외국인과 기관의 동반 투매로 5.96% 급락하며 장중 서킷 브레이커가 발동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