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네한바퀴' 이만기가 전라남도 진도 전복삼겹살구이와 버터전복구이, 전복회, 울돌목 숭어잡이, 신기마을 노부부 생선 회, 청년 농부, 뜸북국 식당, 초평항 전복 맛집, 소포리 어머니 노래방을 비롯해 바다와 땅을 굳게 믿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만나본다.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세상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귀중한 가치를 마음에 품고 살아가는 보배로운 섬, 진도는 누군가 땀 흘려 남긴 흔적이 다른 이의 손에서 따뜻하게 이어지며 오래 기억될 이야기로 채워지는 고장이다. 푸른 바다와 비옥한 땅이 맞닿은 이곳에는 묵묵히 고향의 터전을 지키거나 쉼표를 찾아 다시 돌아와 새로운 희망의 씨앗을 피워내는 이웃들의 삶이 조용하고도 깊게 스며 있다.

행복은 결코 멀리 있는 거창한 곳이 아니라, 바다와 땅이 내어주는 풍요로움을 믿고 매일 성실히 땀 흘리는 일상의 곁에 있다는 사실을 진하게 일깨워주는 시간이다. KBS 1TV '동네한바퀴' 369회는 만물이 생동하는 봄을 맞아 다양한 삶의 모습으로 가득 채워져 가는 진도 곳곳을 누비며, 거대한 자연이 건네는 다정한 위로와 사람들의 단단한 인생 이야기를 차분하고 세밀하게 들여다본다.

해상케이블카가 품은 풍경, 울돌목 숭어잡이
거센 물살이 쉼 없이 몰아치는 울돌목 위로 은빛 비늘을 번쩍이는 봄 숭어가 물살을 거슬러 힘차게 솟구친다. 배조차 띄우기 힘든 위협적인 파도를 바로 옆에 두고, 오직 뜰채 하나와 온몸의 감각만으로 숭어를 건져 올리는 장면은 오직 진도에서만 마주할 수 있는 경이로운 풍경이다. 오랜 세월 허가받은 소수만이 아찔하고 거센 흐름과 기꺼이 맞서 숭어를 건져 올리며,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자연과 공존하는 진도 사람들의 지혜를 여실히 보여준다.

진도대교 위를 유유히 지나는 해상케이블카에 오르면, 발아래로 오래전 이순신 장군의 명량해전이 맹렬하게 벌어졌던 거친 물길이 한눈에 시원하게 펼쳐진다. 아찔한 30m 높이에서 내려다본 진도의 앞바다는 마치 이곳에서 모진 풍파를 견디며 살아온 이들의 억척스러운 삶을 모두 지켜본 듯, 거칠면서도 끝없이 광활한 생명력을 거침없이 뿜어낸다.

신기마을 노부부의 생선회, 바다를 항해해 온 인생
한평생 거친 바다를 떠난 적 없는 베테랑 어부와 그의 곁을 묵묵히 지켜온 아내는 뭍에서의 삶을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을 만큼 일상을 늘 바다와 함께한다. 하루하루 물때에 맞춰 이각망으로 펄떡이는 생선을 건져 올리는 남편의 능숙한 손놀림에는 오랜 세월 바다와 함께 호흡하며 살아온 깊은 경험과 지혜가 그대로 담겨 있다.

청정수역의 거센 물살을 견디며 자란 진도 생선은 굳이 화려한 멋을 내지 않고 듬성듬성 썰어내기만 해도, 특유의 담백함과 씹을수록 배어 나오는 고소함이 살아 있어 쫀득한 식감부터 남다르다. 질 좋은 생선이 만선으로 잡히는 날이면 부부는 고된 바닷일을 마친 뒤에도 쉴 틈이 없지만, 자식과 손주들이 상에 둘러앉아 맛있게 먹을 모습을 떠올리며 정성껏 손질하느라 뼈마디가 아프고 힘든 줄도 모른다.

도시에는 없는 기회를 찾아 귀향한 청년 농부의 봄날
도심의 치열한 경쟁과 바쁜 생활에 점점 지쳐가던 청년 곽그루 씨는 "이력서 한 줄을 채우기 위해 굳이 아등바등 살 필요 없다"는 어머니의 따스한 위로 한마디에 미련 없이 고향 진도로 돌아와 농부의 길을 선택했다. 고향 땅에서 농사로 번듯하게 성공하겠다는 당찬 다짐과 달리, 처음에는 서툰 기술과 부족한 경험 탓에 숱한 시행착오의 쓴맛을 겪어야만 했다. 하지만 "농사의 기본은 흙을 아는 것"이라는 아버지의 뼈있는 조언을 나침반 삼아, 흙의 성질부터 차근차근 배우며 점차 어엿한 농사꾼으로 듬직하게 성장해 나갔다.

씨앗을 뿌리는 재배부터 수확 후 가공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온전히 진도에서 시작해 완성하는 그는, 이제 화려한 스펙으로 점철된 자신의 이력서보다 땀방울로 직접 기른 농산물의 투명한 이력을 쌓는 데 온 힘을 쏟고 있다. 보배로운 섬 진도 출신이라는 깊은 자부심 속에서, 남의 시선에 얽매이지 않고 스스로 진정 하고 싶은 일을 찾아 성실히 해내는 그의 하루하루는 누구보다 알찬 보람과 눈부신 희망으로 꽉 채워진다.

오염되지 않은 청정해역의 거친 바위틈에서만 채취되는 귀한 해초 뜸부기에, 깊게 우려낸 진한 갈비를 더해 끓여낸 뜸북국은 오직 진도에서만 맛볼 수 있는 아주 특별한 향토 음식이다. 뭉근하게 끓여낸 뜸북국 한 그릇에는 시어머니에게 정성껏 요리를 전수받고 있는 박숙현 씨의 남다른 사연이 깃들어 있는데,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시아버지가 남긴 "가게의 맥을 이어달라"는 마지막 간곡한 부탁을 지키기 위해 그는 굳은 결심으로 장사를 이어가게 되었다.

식당 일이 낯설었던 며느리에게 배움의 과정은 결코 순탄치 않았지만, 시아버지와의 엄숙한 약속을 지키겠다는 올곧은 다짐과 곁에서 늘 다독여준 시어머니의 따뜻한 가르침 덕분에 고된 시간을 버티며 굳건히 가게를 이어올 수 있었다. 맑고 차가운 바다에서만 어렵게 자라나는 뜸부기처럼, 숱한 시간과 지극한 정성으로 끓여낸 뜸북국 한 그릇에는 시아버지를 향한 며느리의 애틋한 그리움과 사무치는 감사함이 진하게 녹아 있다.

전복삼겹살구이, 버터전복구이, 전복회, 진도 전복 한 상과 넉넉한 부부의 인심
수많은 어선과 10톤급 배가 쉴 새 없이 드나드는 활기찬 초평항에는, 남편은 거친 바다로 나가 전복을 정성껏 기르고 아내는 그 전복으로 식당에서 요리하며 각자의 자리에서 누구보다 분주하게 살아가는 부부가 있다. 손님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신선하고 맛있는 전복을 대접하겠다는 일념 하나로, 부부는 전복의 먹이로 쓰이는 미역과 다시마까지 직접 기르며 까다로운 양식의 모든 과정에 지극한 정성과 노력을 쏟아붓는다.

신선한 전복으로 할 수 있는 세상의 모든 요리를 식탁 위에 총망라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빈틈없이 풍성하게 채워지는 전복 요리 한 상에는, 진도 앞바다의 가장 깨끗하고 생생한 맛이 고스란히 담긴다. 멀리서 식당을 찾아온 손님들이 정성 들인 전복 한 상으로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함박웃음을 지으며 돌아가길 바라는 부부의 넉넉한 마음씨는, 날마다 차려지는 식탁을 더욱 풍성하고 따뜻한 온기로 가득 채운다.

어머니들의 한과 삶이 애달픈 소리로 전해지다
허리가 휘도록 고된 밭일을 마친 날 저녁이면 소포리 어머니들은 동네 한자리에 옹기종기 모여 장단에 맞춰 구성진 소리를 나누며 가슴속 깊은 곳에 응어리진 한과 흥을 아낌없이 풀어냈다. 둥글게 모여 앉아 덩실덩실 춤을 추고 호탕한 웃음을 나누며 뼈 빠지게 힘들었던 하루의 피로를 잊고 다시 내일을 맞이할 굳센 힘을 얻었던 그 귀한 시간은, 세월을 타넘어 소포리 마을의 노래가 되어 오늘날까지 가슴 뭉클한 아름다운 전통으로 면면히 이어지고 있다.

오랜 세월 소리를 이어온 한봉덕 씨는 스승에게 엄하게 소리를 배우던 시절의 애달프고도 짙은 정서를 가슴 한편에 고이 품고, 때로는 파안대소하게 하고 때로는 눈시울을 붉히게 하는 소리 한 가락으로 인생의 묵은 감정들을 속 시원히 씻어낸다. 오직 소리가 주는 신비한 힘으로 모진 풍파와 지난 세월을 굳세게 버텨온 소포리 어머니들은, 삶의 위로가 되어준 이 소중한 가락이 다음 세대에도 오래도록 전해지길 바라는 간절하고도 벅찬 마음을 담아 오늘도 목청껏 노래한다.

바다와 땅이 내어주는 정직한 결실을 굳게 믿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진실한 땀방울이 한데 모여, 진도라는 섬의 다채롭고 눈부신 삶의 지도를 하루하루 새롭게 완성해 간다. 묵묵히 지켜온 옛것과 앞으로 정성껏 지켜나가야 할 새로운 것들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섬마을 곳곳에 환한 희망을 피워내는 이들의 감동적인 이야기, KBS 1TV '동네한바퀴' 369화 '보배롭다, 이 섬 – 진도군' 편 방송 시간은 9일 토요일 오후 7시 10분이다.
김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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