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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고비·마운자로, 암 4기 진행 위험 최대 50% 낮춰

서정민 기자
2026-05-23 07:4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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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고비·마운자로, 암 4기 진행 위험 최대 50% 낮춰


비만 치료제로 널리 알려진 위고비·마운자로 등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계열 약물이 일부 암의 확산을 늦출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21일(현지 시간) 영국 데일리메일·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미국 클리블랜드 클리닉 암 연구소 연구진은 암 초기 단계에서 GLP-1 약물을 복용하기 시작한 환자 1만2112명을 추적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이들을 또 다른 당뇨병 치료제인 글립틴(Gliptin) 계열 복용군과 비교해 암이 4기(다른 장기로 전이되는 단계)로 진행되는 비율을 측정했다.

그 결과, GLP-1 약물을 복용한 폐암·유방암·대장암·간암 환자는 글립틴 복용군에 비해 4기로 진행될 확률이 38~50%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폐암 환자의 경우 진행성 질환으로 악화하는 비율이 대조군 22% 대비 GLP-1 복용군에서는 10%로 절반 이하였고, 유방암에서도 각각 20%와 10%로 유사한 패턴이 확인됐다. 다만 전립선암·췌장암·신장암에서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연구진은 GLP-1 약물이 암세포의 성장과 전이에 활용되는 종양 주변 염증 및 지방을 줄임으로써 이 같은 효과를 낸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클리블랜드 클리닉 전공의 마크 올랜드는 "수백만 명의 미국인이 GLP-1을 복용하고 있는 만큼, 잠재적인 항종양 효과를 즉각적으로 이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GLP-1 약물의 항암 관련 연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텍사스대 MD 앤더슨 암센터가 유방암 환자 13만7000여 명을 분석한 연구에서는 GLP-1 복용군의 5년 생존율이 95% 이상으로 비복용군(89.5%)보다 높았다. 펜실베이니아대 연구에서도 GLP-1 복용 여성은 연령·체중 등 다른 위험 요인을 통제하더라도 유방암 진단을 받을 확률이 약 25%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번 연구가 환자 진료 기록을 사후 분석한 관찰 연구로, 인과관계가 아닌 상관관계를 보여주는 데 그친다고 지적했다. 항암 효과를 검증하기 위해서는 면밀히 설계된 대규모 임상시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암 환자가 전문의 지시 없이 GLP-1 약물을 복용할 경우 다른 약물의 흡수 속도와 효과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해당 연구는 오는 29일부터 다음 달 2일까지 시카고에서 열리는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2026 연례 학술대회에서 공식 발표될 예정이다.

한편 GLP-1 계열 시장 선두 주자인 노보 노디스크는 경구용 위고비 정제에 대해 유럽의약품청(EMA)으로부터 22일 승인 권고를 받았다. 유럽집행위원회의 최종 판매 허가를 거치면 위고비 정제는 유럽 최초의 경구용 체중감량 치료제로 시장에 출시된다. 노보 노디스크는 올해 초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에 이어 유럽에서도 경쟁사 일라이 릴리(경구용 젭바운드·4월 미국 출시)에 앞서 선점 효과를 누릴 전망이다.

사진제공=연합뉴스

서정민 기자 sjm@bn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