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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대 대법원장 부친상, 정치권 공세 중단…강훈식 실장 조문

서정민 기자
2026-09-01 06: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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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대 대법원장 부친상을 계기로 대법관 재제청을 둘러싼 청와대·여권과 대법원의 갈등이 임시 휴전에 들어갔다. 강훈식 비서실장과 김민석 민주당 대표,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 등 여야 인사들이 잇따라 조문하며 예우를 갖췄고 국회 법사위 현안질의도 취소됐지만, 조 대법원장이 재제청 요구에 대한 입장을 밝힐 시점부터 갈등이 다시 격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강훈식 비서실장. 사진=연합뉴스


청와대의 대법관 후보자 재제청 요구로 촉발된 여권과 대법원의 갈등이 조희대 대법원장 부친상을 계기로 잠시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예정됐던 긴급 현안질의를 취소했고 여권 인사들도 공세를 자제하고 나섰다. 다만 대법원은 대법관 제청권이 존중돼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어 양측 충돌이 재점화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대법원은 지난 31일 조 대법원장의 부친 조부환씨가 향년 93세로 전날 별세했다고 밝혔다. 조 대법원장은 이날 대법원에 출근하지 않고 경북 포항성모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빈소를 지켰다. 대법원 측은 “조 대법원장이 가족들과 조용히 장례를 치르길 원한다”며 외부 조문을 정중히 사양한다는 뜻을 전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고인을 기리는 취지에서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을 조문에 보냈다. 이재명 대통령이 국가 5부 요인의 조사(弔事)에는 예우를 갖춰야 한다며 직접 조문을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 실장은 이날 오후 1시 48분쯤 빈소를 찾아 약 30분간 머물렀고, 청와대는 이 대통령 명의의 조화도 함께 보냈다. 강 실장은 조문 후 “큰 슬픔을 겪고 계신 조 대법원장과 유가족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렸다”며 “대통령께서 직접 오시지 못해 비서실장을 보낸 것이라는 말씀을 전했다”고 밝혔다. 이어 “대법원장께서도 감사한 마음을 대통령께 꼭 전해 달라고 하셨다”고 덧붙였다.

대법관 재제청 논란과 관련한 질문에는 “오늘은 여기까지만 말씀드리는 게 큰 슬픔을 겪고 계신 분들께 맞는 자세가 아닌가 싶다. 양해를 부탁드린다”며 말을 아꼈다. 앞서 청와대는 지난달 28일 조 대법원장이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으로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를 제청한 것과 관련해 사전 협의 없는 ‘서면 제청’이었다며 재제청을 요구한 상태다.

더불어민주당에서도 조문 행렬이 이어졌다. 김민석 대표는 이날 빈소를 찾아 조 대법원장과 유가족을 위로했으며, 재제청 관련 대화 여부를 묻는 취재진 질문에는 답하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 김 대표는 소속 의원들에게 장례 기간(9월 1일 발인) 동안 조 대법원장을 직접 거명하는 것을 자제하고 공적 언행에도 최대한 예우를 갖춰달라고 당부했다. 서영교 법사위원장과 김기표·김남희 의원 등도 함께 조문했으며, 서 위원장은 “위로의 말씀을 드렸고 재제청이나 국회 출석 관련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국민의힘에서는 정점식 원내대표와 곽규택·박형수·이인선·조배숙 의원 등이 빈소를 찾았다. 정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대법원장께서 굳게 심지를 먹고 이겨내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사법부 독립과 삼권분립을 지켜주길 바란다”고 강조하며 애도와 함께 사법부 독립을 거듭 촉구했다. 정 원내대표는 조문 후 “정치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대화를 안 했다”고 말했다.

조 대법원장의 부친상으로 국회 법사위는 이날 오후 예정됐던 대법관 제청 관련 현안질의를 취소했다. 앞서 법사위는 조 대법원장에게 증인 출석을 요구했으나, 조 대법원장은 ‘대법원장의 헌법상 독립적 권한인 제청권 행사에 관해 국회에서 증언하도록 하는 것은 삼권분립과 사법부 독립에 반한다’는 의견서를 내고 불출석 의사를 밝힌 바 있다.

한편 이날 오전 열린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대법관 제청권을 둘러싼 여야 공방이 이어졌다. 노경필 법원행정처장은 ‘대법원장이 대법관을 제청하면 대통령은 기계적으로 임명동의를 요청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각자의 권한이 존중돼야 한다”고 답했다. 반면 전성환 청와대 경청통합수석은 “대법원장의 제청권이 대통령의 임명권을 기속하지 않는다”고 밝혀 시각차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역대 어떤 대통령도 재제청 권한을 행사하지 않았다”며 재제청 권한의 법적 근거를 따져 물었고, 노 처장은 “법령에 규정돼 있지 않다”고 답했다. 민주당 이건태 의원은 “조 대법원장은 법원 전체보다 본인의 정치적 소신을 앞세우고 있다”고 비판했다.

조 대법원장의 부친 발인은 1일 오전 8시 30분, 장지는 경북 경주시 강동면 선영이다. 조 대법원장은 청와대가 요구한 대법관 후보자 재제청과 후보추천위원회 재구성 문제를 검토한 뒤 공식 입장을 밝힐 예정이지만, 부친상으로 일정이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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