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인터뷰] 'K-뷰티 전도사' 왕홍 이향주, 성장의 비결은 '진정성'

김도윤 기자
2024-06-26 16:14:24
중국 콰이쇼우에서 활동 중인 한국인 왕홍 이홍주

인플루언서들의 활약이 도드라지는 요즘이다. SNS가 일상이 되면서 누구나 자신이 원하는 콘텐츠로 소통을 하고, 더 나아가서는 자신이 직접 제품을 판매할 수 있게 됐다. 중국 콰이쇼우를 통해 K-뷰티 제품을 소개하고 있는 왕홍 이향주도 그 중 한사람이다. 

이향주는 중국 모바일 숏츠 플랫폼 ‘콰이쇼우’에서 올해로 6년째 한국 뷰티 제품을 판매 중인 왕홍이다. 어릴 적 북경대에서 유학생활을 한 그는 퇴사 후, 쇼호스트를 목표로 중국에서 한중 전문 MC 활동을 하면서 콰이쇼우에서 라이브 방송(이하 ‘라방’)을 시작했다. 

2018년 처음 시작한 라방은 제법 빠른 속도로 팬들이 생겼다. 방송 횟수가 늘어날수록 고정팬들도 늘어났고 제품 판매 매출도 올라갔다. 3년 만에 1회 방송 매출이 100만 위엔(한화 약 2억원)을 돌파했다. 

그의 뛰어난 입담과 친밀감 넘치는 소통법이 대륙의 팬들에게 통한 것이다. 좋은 물건, 맛있는 음식을 발견하면 주변에 알려 주는 것을 좋아하는 기질도 한 몫 했다. 덕분에 대학시절 별명도 ‘홈쇼핑’이었다고.

코로나 이후 왕홍들이 부진을 겪고 있는 지금도 이향주의 콰이쇼우 채널은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오히려 작년에 출산한 아기 육아 소식으로 팬들과 공유하며 더욱 돈독한 관계를 지속하고 있다. 과연 그의 꾸준한 성장 비결은 무엇일까? K-뷰티 하나로 중국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한국 국적의 중국 왕홍 이향주를 만났다. 


Q. 최근 출산 후 육아를 병행하고 있다고 알고 있다.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데 어려움은 없나? 

"물론 있다. 평균 3~4시간은 끊기지 않고 방송을 해야 메인에 노출이 많아진다. 그런데 아기가 중간 중간 엄마를 찾아서 1~2시간 만에 방송을 마무리한 적이 아주 많다. 예전에는 일이 1순위였다면 지금은 아기가 1번이다! 3살 전까지는 최대한 부모사랑을 많이 주려고 한다." 

"방송 횟수를 일주일에 1~2회 정도로 줄였고, 최대한 아기 패턴을 잘 분석해서 아기가 자는 시간에 방송하고, 촬영하고, 일의 효율을 높이려고 노력 중이다. 이 와중에 참 신기한 건, 라방 횟수를 줄였는데 예전에 거의 매일 방송했을 때와 비슷하게 매출이 나온다는 거다. 집중해서 빠른 템포로 방송을 하니 더 잘 되는 것 같기도 하다. (웃음)"

Q. ‘한국인 출신 왕홍’이라는 이력이 이색적이다. 중국에서 활동하게 된 계기가 있나?

"한·중 MC 첫 행사가 이광수 팬미팅이었다. 그때 내가 통역하는 영상과 사진이 웨이보에 많이 올라오면서 ‘언니도 진행이 너무 좋았다’, ‘앞으로도 광수오빠 통역해 달라’, ‘덕분에 행사가 너무 재미있었다’, ‘중국 SNS 계정 열어 달라’하는 등의 중국팬들 댓글과 DM을 많이 받았다. 그때 ‘아! 나도 해 볼까?’하는 심정으로 내 계정을 만들어보기로 했다. 그때 인터넷 상에서 너무 큰 사랑과 칭찬을 받아서 난 그들에게 무엇으로 보답하지 고민하다가 지금의 콰이쇼유 계정을 본격적으로 운영하게 됐다. ‘정말 좋은 한국 화장품을 팔아 중국팬들 피부를 좋게 만들어야겠다’ 생각했었다."

중국 콰이쇼우 라이브방송 장면

Q. 8년 넘게 중국에 다양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주로 어떤 제품을 판매하고 있나?

"한국 화장품을 다룬다. 주로 안티에이징, 미백, 보습, 선케어 등의 기초스킨케어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Q. 중국 소셜마켓은 한국과 어떤 점이 비슷하고, 어떤 점이 다른가? 중국에서 왕홍으로 활동하며 느낀 점이 있다면? 

"중국 소셜마켓도 두 부류로 나뉜다. 한국처럼 홈쇼핑 같은 분위기의 ‘판매만’하는 방송 브랜드사 채널에서 운영하는 방송! 그리고 개인 인플루언서 왕홍이 편안한 분위기에 소통하는 판매방송! 한국은 거의 광고느낌이 강한 것 같다. 홈쇼핑 축소판 같다. 그런데 우리가 흔히 말하는 매출 많은 중국 왕홍 방송은 소통이 매우 많고 깊다. 예를 들면 매일 방송을 해도 팬들은 며칠 전에 산 제품에 대해 물어보기도 한다. 들어오는 팬들이 계속 들어오는 분위기다. 지금 우리나라 인스타그램 인플루언서 공구 라이브 방송과 비슷한 느낌이다." 

"중국 왕홍 방송은 사람 대 사람으로서 주고 받는 정(情)이 느껴진다. 특히 콰이쇼유 플랫폼이 충성팬 비율이 매우 높다. 한 번 신뢰한 왕홍은 끝까지 믿는 편이라, 재구매 비율도 높은 편이다. 설령 내가 판매한 제품이 마음에 안 들어도 이해를 해 주는 분위기다. 물론 이걸 악용해서 팬들을 돈으로 보는 왕홍들의 충성팬은 모두 떠난다." 

"대체적으로 자기가 믿는 팔로우하는 왕홍이 많이 팔길 바라고 더 잘되길 진심으로 응원해준다. 너무 감사하다. 내가 매출이 잘 나오면 내가 팬들에게 감사하기도 모자란데, 팬들이 오히려 너무 축하하고 자랑스럽다고 엄청난 응원의 메세지를 보낸다. 그래서인지 라방을 그만둘 수가 없다 너무 고맙고 그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더 잘하고 싶어서."


Q. 코로나를 비롯해 여러 이유로 왕홍 시장이 변화를 겪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에서 꾸준히 안정적인 매출을 유지할 수 있었던 자신만의 경쟁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진정성! 그 어떤 매력적인 제안이 와도 제가 직접 써서 정말 좋은 것만 판매한다. 소신껏 판매하기로 유명하다. 판매량을 만들어주는 건 팬이다. 절대적으로 팬들의 피부를 지키고 그들의 피부가 좋아져야만, 제가 파는 제품 재구매율이 계속 올라간다. 단순 판매에 끝나지 않고 새 화장품이 공병이 될 때 까지 사용 방법도 수시로 체크하고, 평소 라방으로 소통하면서 제품 사용 꿀팁 등 팬들이 잘 사용 하고 있는지, 무슨 문제는 없는지 수시로 체크한다." 

"팬들이 저를 단순한 셀러가 아닌 한국에 있는 진짜 친구, 또는 언니로 생각해 줬으면 한다. 그러려면 거의 브랜드사 대표만큼 제품을 이해하고 사랑해야 팬들에게 자신 있게 생각이 전달되더라. 때문인지 지금도 재구매율이 90%가 넘는 편이다. 팬들 숫자는 많이 늘지 않지만 재구매율이 떨어지지 않아서 꾸준히 매출을 지킬 수 있는 것 같다."

Q. 뷰티제품을 선택할 때 어떤 부분을 가장 신경 써서 살피는가? 제품 선택 기준과 판매 철학이 궁금하다.  

"간단히 제조와 판매가 지속적으로 가능한지 ‘회사배경’, 브랜드를 키워 제품의 가치를 높이려는 뜻이 확고한 대표님의 마인드, 고객들이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고 만족할만한 효과를 안겨 줄 수 있는 ‘성분의 함량과 안정성’ 등 전체적인 모든 부분을 다 고민하는 편이다."

"라이브방송을 통해서 판매하다 보니 디테일이 매우 중요하다 .내가 직접 보지도 만지지도 못한 제품을 제 방송을 통해 구매한다는 것은 정말 고마운 일이다. 최대한 자세히! 그리고 진심으로 잘 사용해줬음 하는 마음이다. 제 가족 친구들에게 권하듯 팬들에게 권할 수 있는 제품을 다루고 있다. 팬들이 갖고 계신 저에 대한 믿음을 꼭 지키기 위해서다." 


Q. 중국에서 왕홍 활동을 하며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왕홍이 주체하는 행사를 참석한 적이 있다. 행사장 차에서 내리는데 갑자기 수십명이 핸드폰을 들이대서 저를 찍고 있더라. 영상 라방 핸드폰이 엄청 보이는데 ‘이게 뭐지?’ 하다가 보디가드 8명 정도가 와서 저를 감싸서 행사장 들어갔다. 이 와중에도 정말 핸드폰울 얼굴 앞에까지 들이대는데 너무 놀랐다. 그리고 제 영상이 엄청 업로드 되면서 ‘한국인 이향주 왕홍이 왔다’고 바이럴 홍보영상들이 나오게 됐다." 

"그땐 몰랐는데 그들이 자칭 파파라치 계정을 만들어 왕홍들을 홍보한다고 하더라. 왕홍 행사 주최 측이 항상 수십 명씩 초청해서 바이럴 홍보 혜택을 준다고... 그날 제가 메이크업을 거의 안 한 상태라 안 예쁘게 찍혔는데, 그 뒤에 오는 왕홍은 엄청 예쁘게 하고 오셔서 보디가드랑 지나가더라. 다음부터는 혹시나 팬들 만날까봐 맨얼굴로 잘 안다니게 되더라.(웃음)"

Q. 한국인 출신 중국 왕홍으로 활동하면서 힘든 점은 없었나. 반대로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한·중 갈등이 있을 때, 한국인이 나오는 것만으로 욕을 많이 먹었다. 어쩔 수 없었다. 그냥 전 묵묵히 제가 준비한 방송을 진행했다. 다행히 큰 타격은 없는 편이었다. 그 이유는 저희 팬들이 저 욕하는 팬들을 욕해 주고 싸워 주기 때문이다. 얼마나 든든한지 모른다."

"제가 한·중 연예인 행사 진행하고 와서 ‘연예인 너무 예뻤다’ 하면 팬들이 ‘난 모르겠고 한국인은 이향주만 알어’라는 식의 댓글 달렸을 때 너무 뿌듯하더라. 누군가에게 제가 처음 아는 한국인이고 저를 너무 응원해줘서... 그리고 제가 추천한 제품을 써서 몇 년을 고생해도 안 좋았던 피부과 좋아졌다고 장문의 댓글을 봤을 때, 너무 보람을 느낀다."

좌측부터 3주년 기념 라이브 방송 매출 기록, 3주년을 축하해주는 팬들과의 만남

Q. 소셜 마켓 플레이스가 커지면서 국내는 물론 세계 각국에서 1인 판매자가 증가하는 추세다. 1세대 중국 왕홍으로서 같은 길을 걷고자 하는 후배들에게 해 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마이웨이를 가라! 처음에 다들 좋아서 신나게 영상 찍고 라방을 하면서 팬덤이 생긴다. 근데 팬덤이 생긴 이후부터 상승과 하락이 나눠지는 것 같다. 절대 돈에 휘둘리지 않고 나의 가치를 먼저 중요시 해야 한다. 내 팬이 있기에 내가 있는 거다. 그들이 나를 만들었고 우린 지금 감사하게도 커머스 시대를 만나 왕홍이 될 수 있었건 거다. 항상 팬들에게 감사하고 언제나 팬들 입장에서 제일 먼저 생각하고, 앞장서서 그들의 고민거리를 해결해 줘야 오래갈 수 있다. 그러려면 남들 따라서 이것 팔고 저것 팔고 하지 말고, 팬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마이웨이를 가야 한다." 

Q. 앞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는? 

"꾸준히! 내 소신껏! 진심으로 내 자신이 즐겁고, 행복해지고, 설레는 방송을 만들어 나가고 싶다. 가족, 일, 나의 생활의 밸런스를 맞춰가면서 살고 싶다. 아! 그리고 오프라인 팬미팅을 진행해 꼭 한 번 만나보고 싶다!! 정말 수년간 나만 바라본 우리 팬분들을 직접 만나 꼬옥~ 안아주고 싶다."

Q. 팬들에게 한마디

"내 인생에 지금 중국팬(香猪家)을 만난 것은 행운이다. 항상 나를 믿고 함께 해 줘서 감사하고, 그 믿음 저버리지 않게 더 많이 공부하고 연구해서 실력으로 보여 주겠다. 앞으로 한국에서 숨은 보석 같은 제품 찾아내서 너희들 감동시켜 줄께! 고맙고 사랑해!"

김도윤 기자 yoon123@bn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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