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이브의 새로운 ‘Space’, 두 번째 EP ‘I DID’ 오늘(14일) 발매 [인터뷰]

임재호 기자
2024-11-14 09:00:02
사진: 이브 (제공: 파익스퍼밀)

이달의 소녀 출신 이브가 두 번째 솔로 EP ‘I DID’를 오늘 발매한다. 이번 앨범은 이브가 생각하는 행복의 가장 중요한 요소 ‘평온함’을 찾아가는 여정을 담은 앨범이다.

이번 앨범도 역시 총괄 프로듀싱을 이브가 소속된 레이블 파익스퍼밀의 밀릭이 맡았으며, 수록곡들은 밀릭과 아이오아가 나눠 작업했다. 감각적이면서 다채로운 사운드가 이브의 몽환적 보컬과 만나 더욱 큰 시너지를 발산하니 기대해도 좋다.

앨범을 작업하며 여러 생각과 감정들을 많이 느낀 것 같은 이브, 그의 신보 이야기를 지금부터 함께 만나보자.

Q. 타이틀곡 ‘Viola’ 가사에서 Space가 엄청 반복되는데, 이브가 좇는 Space는 어딘지 

“행복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평온함’이다. 평온함을 좇기 위해 마주하는 감정들을 트랙에 녹아냈다. ‘Viola’ 속 ‘Space’는 말 그대로 마음속 여유가 필요했던 것 같기도 하고, 가사에서 무대라는 단어도 나오는데 내게 있어서 무대도 있겠지만 팬분들이 들었을 때 여유가 생기고, 위로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불렀던 것 같다” 

Q. 연예계가 쉽게 평온함을 찾을 수 있는 곳은 아니다. 솔로 아티스트로 작업하며 힘에 부칠 때도 있었을 것이고. ‘평온함’을 키워드로 잡은 이유와 궁극적으로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 

“이 회사랑 계약을 하면서 가장 먼저 하고 싶다, 그리고 보여드리고 싶다고 얘기한 게 그룹 활동을 할 때 보여드리지 못했던 솔직한 모습들을 많이 보여드리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패션이나 비주얼 적으로 과감한 도전을 할 수도 있지만, 음악적으로 보여드릴 것도 많다고 생각했다. 우울한 트랙, 편안한 트랙이 모두 있는데 ‘Viola’라는 노래는 내 첫 EP ‘LOOP’의 연장선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내가 즐길 수 있는 감정을 찾다가 내 속을 솔직히 터놓자고 생각했다”

Q. ‘new’로 이달의 소녀 데뷔했을 때와 외적-내적으로 모두 달라진 게 있다면 

“그땐 연습생이라는 기간 없이 바로 데뷔하다 보니까, 정해진 음악, 가사지, 준비된 옷을 입는 당연한 절차를 거쳤기에 나의 색깔을 녹이기에는 너무나도 부족하고 그렇게 할 수 없었던 것 같다. 지금은 전반적인 과정에 나의 손길이 닿고, 가장 많이 바뀌었다고 할 수 있는 건 아무래도 마인드의 차이인 것 같다. 연습생 없이 바로 그룹에 투입되면서 내 목소리를 내기보단, 회사와 대중들의 인정을 통해서만 마음의 안정을 찾으려고 했던 것 같다. 지금은 만들어 가면서 느끼는 희열과 뿌듯함을 통해서 나 스스로 잘 해내 기특하다고 스스로 인정하면서 행복함을 느낀 게 많아진 것 같다” 

Q. 그럼 이번 앨범 작업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행복했던 순간이 있다면 

“노래를 할 때 제일 행복한데, 그게 잘 됐을 때 너무 뿌듯하고 희열을 느낀다. 2번 트랙 ‘Hashtag’라는 곡이 있는데 이 곡 자체가 가이드가 워낙 어려웠어서 탑라인이 되게 다이내믹하고 바쁘다. 디렉터인 아이오아 친구랑 엄청 걱정을 많이 하고 녹음을 들어갔는데 ‘하고 싶은 대로 해봐’라고 하더라. 부담을 버리고 첫 소절 녹음을 했는데 ‘이거다!’라고 해줘서 감을 잡고 쭉 재밌게 녹음을 했던 기억이 있어서 이번 앨범엔 그 노래를 녹음할 때가 가장 행복한 순간인 것 같다”

사진: 이브 (제공: 파익스퍼밀)

Q. 이달의 소녀 이브와 현재 이브 음악이 보컬적으로 달라진 건 

“그룹으로서 낼 수 있고 내야 하는 소리는 분명히 솔로 때와 다르다고 생각이 든다. 그룹 때 내가 냈어야 하는 소리는 멤버들 중에 조금 여리고 소녀 같은 목소리를 가진 친구들이 많았기에 맡았던 파트는 조금 더 성숙하고 저음의 파트 위주로 많이 했었다. 솔로 땐 오로지 내가 한 곡을 채워야 하다 보니 조금 더 다양한 범위의 톤들을 도전할 수 있게 되고, ‘나는 그런 여린 톤은 안 해!’라고 했었던 생각도 버리면서 스펙트럼이 넓어진 것 같다”

Q. 춤이나 퍼포먼스에 대한 갈증은 없는지 

“춤과 노래 중 뭐가 더 좋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하는 느낌처럼 고를 수가 없다. 지난 앨범에서 과격한 춤이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해서 배제했지만, 이번엔 다이내믹한 안무가 있어서 팬분들이 조금 갈증이 해소될 것 같다. 앞으로도 곡에 맞게 다양한 장르의 댄스를 보여드리고 싶다” 

Q. 밀릭에 대한 애정을 많이 드러냈는데, 작업해 보니 잘 맞는 것 같은지 

“이 회사와 함께 해야겠다고 결정한 이유가 밀릭 대표님 때문이다. 나는 좋아하는 것도, 하고 싶은 것도 많아서 뭘 해야 할지 몰라 갈팡질팡하는 상황에 있었다. 근데 대표님이 ‘넌 캐릭터가 있다’며 확신을 심어주시더라. 대표님의 음악과 내가 만나면 시너지가 날 거라 생각했고, 대표님을 통해 다양한 음악 장르를 접하게 됐는데 나도 듣는 귀가 넓어진 것 같다. 가끔은 대표님이 ‘너무 어려운 음악만 듣는 게 아닌가’ 싶을 때도 있긴 하다. 그래서 대중적인 노래를 내가 들려드리곤 하는데 ‘나도 이 노래 너무 좋아한다’라는 반응을 하셔서 대표님의 음악이 조금 어려워도 대중분들을 사로잡을 요소가 분명 있다고 생각한다”

Q. 저번 앨범으로 기억에 남는 팬들의 반응과 이번에 얻고 싶은 반응 

“지난 앨범은 솔로로 첫 앨범이다 보니 내 생각엔 되게 과감한 시도를 많이 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팬분들이 싫어하실까 걱정했던 거 같다. 다행인 건 보여드리고 ‘사실 걱정 많이 했다’고 했는데 ‘이브다운 선택, 이브다운 결과물이라 너무 좋다’고 말씀해 주셨다. ‘이브답다’는 말을 완벽히 이해할 순 없었지만 그들이 그렇게 말해주는 것엔 나에 대한 믿음이 있는 것 같아 다음 과정들도 잘해나갈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어 감사했다. 이번 앨범을 통해선 올 한 해가 끝나갈 때쯤 앨범을 내는 거라 올해의 시작과 끝이 다 담겨있다. 2024년은 이브의 데뷔와 데뷔 마무리가 성공적인 한 해라는 반응을 들으면 행복한 내년을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 

Q. 성공은 여러 가지 기준이 있다. 이브가 생각하는 2024년 데뷔와 데뷔 마무리가 성공적이었다고 스스로 자평한다면 그 기준은 뭘까 

“전엔 외부적 인정을 통해 안정과 행복을 찾았다면 지금은 스스로의 인정이 내게 만족감을 준다. 아직 완벽하게 외부적인 수치에 대해서 미련을 버렸다고 할 순 없지만, 수치 적인 것보단 활동을 끝냈을 때 후회가 없는 것, 최선을 다했다는 생각이 드는 게 가장 큰 행복감으로 다가올 것 같다. 그리고 항상 날 믿고 따라주시는 팬분들이 ‘좋았다’ 고만 얘기 해주셔도 앞으로의 활동을 계속해나갈 자신감이 생길 것 같다”

사진: 이브 (제공: 파익스퍼밀)

Q. 이번에 작사와 작곡에 참여하지 않았는데 

“멤버들 앨범엔 참여했는데, 회사와 계약할 때 회사에서 ‘음악적으론 전적으로 우리 회사를 믿고 따라와 달라’고 해서 잠깐은 내 작업을 내려놓고 회사가 바라보는 나의 모습에 더 집중하기로 결정을 했다. 이 앨범 또한 ‘LOOP’ 앨범의 마무리 같은 느낌이어서 나와 대표님들은 다음 앨범부터 내가 참여하는 것으로 이야기를 나눴다”

Q. 작사와 작곡에 참여하지 않는 것도 큰 용기인 거 같다 

“앞으로는 내가 만든 곡을 발매하고 활동하며 싱어송라이터로 거듭나고 싶긴 하다. 내가 만든 곡은 아무래도 내가 잘 표현할 수 있으니까” 

Q. 회사가 보는 이브와 스스로의 이브가 좀 다른 게 있었나 

“그룹을 할 땐 내가 걸크러시한 무드를 많이 했다. 그래서 ‘내가 이런 것만 할 수 있고 다른 건 좀 어렵구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더라. 생각에 갇힌단 느낌을 받았고, 그렇기 때문에 회사가 바라보는 나의 느낌이 궁금해지기도 했다. 회사에서는 걸크러시한 모습들 보다는 감성적이고 아직 소녀 같은 순수함이 있는 나를 많이 끌어내주셨다. 그런 부분이 되게 신기하고 감사하기도 하고, 스펙트럼을 넓혀 주셨으니 넓어진 공간에서 나의 음악들을 펼칠 수 있게 된 것 같다” 

Q. 이달의 소녀 출신이 이브에게 어떻게 다가오는지 

“어쩔 수 없이 공백기를 1년 가까이 갖게 됐고, 그러면서 서서히 나를 잊어가는 분들도 많았을 텐데 이달의 소녀로 나를 한 번 상기해 주시는 게 너무 감사하고 멤버들 각자 자리에서 그룹을 빛내고 있다고 생각해서 이달소 이브라고 불리는 것에 대해선 고마운 표현인 것 같다”

Q. 멤버들끼리도 자주 연락하는 것 같은데 이번 앨범 준비하면서도 연락했나 

“우린 신곡 나오면 서로 공유를 먼저 하는데 이번에도 트랙이 나왔을 때 트랙을 톡방에 보냈는데 타이틀이 어떤 곡인지 얘기를 안 했다. 근데 고원이가 ‘Viola’가 제일 좋다고 얘기를 해주더라. 그때 조금 신기하기도 했고, 평소에도 피드백을 많이 해줘서 활동할 때 의지가 많이 되는 것 같다” 

Q. 올해 계획 

“해외 투어를 준비 중이다. 솔로 데뷔 후 해외 팬분들을 가까이 볼 기회가 없어 투어를 할 예정이다. 이달의 소녀 그룹 자체도 해외 팬층이 컸다. 그래서 솔로 팬층도 해외 팬분들이 더 많은데, 이번 활동을 통해 국내 팬분들도 많이 늘어서 국내 콘서트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Q. 이브를 정말 색깔로 표현한다면 무슨 색에 가장 가까운 것 같나 

“지금 떠오르면 검은색이다. 검은색은 사람들이 기피하는 색깔 같기도 한데, 항상 새로운 상황, 도전적인 상황에 나를 던져놓는 용기가 있는 것 같다. 검은색 같은 상황에 스스로 들어가는 것 같다. 검은색은 어떤 색에 묻어도 존재감을 잃지 않는다. 그런 것을 닮고 싶기도 해서 검은색으로 나타내고 싶다”

Q. 이번 앨범에서 헤메스에 중점을 둔 게 있다면 

“내 의견이 많이 반영되긴 했다. ‘LOOP’보단 조금 더 자유롭고 활동성이 있는 느낌을 보여드리고 싶어서 조금 더 스포티한 느낌을 주고자 했다. 트랙마다 가지고 있는 감정들이 다르다 보니 그 감정을 콘셉트 포토에 다양하게 나타냈으면 좋겠다 싶어 의상이나 무드도 다양하게 티징 했다” 

Q. 도전적인 상황에서 성공하지 못했을 때 힘들지 않나 

“자책을 많이 한다. 그렇지만 예전과는 조금 마인드라던지 태도가 많이 바뀌었다고 생각해서 실패를 하더라도 거기서 얻어지는 깨달음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 그런 것에 되게 이제는 쿨하게 넘길 줄 아는 것 같다. 예전엔 실패를 인정하지 못했다. 지금은 ‘어떻게 다시 도전해 볼까’ 생각하며 조금은 진취적인 태도로 바뀐 것 같다” 

Q. 마인드셋이 바뀐 계기 

“멤버들이 우리의 의지와 다르게 흩어지게 된 것이다. 1년이 10년 같았다. 난 바쁘지 않으면 힘든 사람인데, 상황이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만들어버리더라. 그래서 쇠사슬에 묶인 느낌이 많이 들었다. 그때 되게 감정적으로, 상황적으로 많이 억압당한다고 느껴서 지금은 그런 계기를 통해서 전보다 더 도전하려고 하고 더 자유로워지려고 노력하는 것 같다. 그리고 자책하는 편이라고 하지 않았나. 끝나고 만족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무대 끝나고 운 적도 되게 많고, 그런 것들이 다음 무대에 너무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더라. 팬분들과 함께 오래오래 즐거운 음악을 하려면 그런 태도 또한 바꿔야겠단 생각이 들어서 그룹 활동을 하면서 매해가 지날 때마다 조금씩 바뀌게 되는 것 같다”

Q. 완벽주의가 엄청 심한 편인가 

“갑자기 일어나는 상황들, 통제할 수 없는 상황들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멤버들이 개복치라고도 많이 부르곤 했다” 

Q. 우울감에 빠질 땐 어떻게 극복을 하는 편인지 

“내가 데뷔를 포함하면 6-7년을 멤버들과 함께 하지 않았나. 멤버들도 항상 ‘언니는 항상 언니를 너무 채찍질한다’고 말했다. 멤버들이랑 살 때 머리맡에 손 편지를 두고 가는 멤버들도 있었다. 지금은 누구에게 의지하고 기대기보단 스스로 위로를 찾고, 해결 방법을 찾으려 하는 것 같다. 명상이나 그런 활동들도 방법을 찾다 보니까 하게 된 것 같다” 

사진: 이브 (제공: 파익스퍼밀)

Q. 올해 솔로로 두 장의 앨범을 발매했다. 아쉬운 부분과 만족하는 부분 

“지금 ‘LOOP’ 데뷔 무대 영상을 다시 보면 ‘저때 왜 저렇게 했지?’라는 표현에 아쉬운 부분이 많다. 그것도 아쉬움이 남고 또, 그때 수록된 트랙들 들어봐도 ‘아 저거 좀 더 잘 부를 수 있었는데’ 싶다. 그럼에도 칭찬해주고 싶은 건 공백기 동안 힘들었는데 과정들을 이겨내고 솔로로 시작한 것이지 않나. 뭔가 당차게 시작했다는 것에 있어서 스스로 되게 기특하고 칭찬해주고 싶은 부분인 것 같다”

Q. 이번 활동에 임하는 각오와 포부 

“매 무대, 매 앨범마다 그랬지만 후회가 남지 않게 최선을 다하고 싶다. 모두가 나를 좋아할 순 없지 않나. 좋아하는 사람이 있으면 싫어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걸 연연해하지 말자고 생각했다. 날 좋아해 주는 사람들을 기억하면서 행복하게 활동하자는 마인드로 활동 잘해나가고 싶다” 

Q. 음악을 하게 만든 원동력 

“엄마가 10년 가까이 내가 가수가 되는 걸 반대하셨다. 엄마가 나중엔 ‘이걸 왜 하고 싶냐, 이 힘든 길을 왜 가고 싶냐’고 물어보시더라. 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안 하면 죽을 것 같아서라고 말씀드렸다. 지금도 열일곱 살 때 마음과 같다. 다른 이유가 있는 건 아닌 것 같다. 내가 모든 힘든 걸 감수할 만큼 행복하고 마음이 동하는 일이라서 계속하게 된다”

‘이브다운’ 음악색으로 가득 채운 이브의 두 번째 미니 앨범 ‘I DID’는 14일 18시, 모든 음원사이트에 발매된다.

글 임재호 기자 mirage0613@bn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