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BS 크라임 다큐멘터리 '괴물의 시간' 4부는 영화 '범죄도시2'의 실제 모티브로 알려진 주범 최세용이 저지른 필리핀 한인 연쇄 납치·살인 사건의 전말을 심층적으로 파헤쳤다. 이날 방송은 순간 최고 시청률 2.95%를 기록하며 동시간대 비드라마 장르 시청률 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닐슨코리아 수도권 가구 기준)
최세용 일당의 범행은 2008년부터 2012년까지 필리핀에서 어학연수나 여행을 온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이들은 교민 커뮤니티를 통해 영어 공부나 관광을 도와주겠다며 접근한 후, 민박집 사장 등의 행세를 하며 피해자들을 덫에 빠뜨렸다. 최소 19명을 납치하고 7명을 살해한 것으로 추정되는 그의 범죄는 조직적이고 계획적이었다. 그중 아직까지 시신을 찾지 못해 실종 상태인 피해자가 4명에 달하며, 그들의 가족은 끝나지 않는 고통 속에 살고 있다.
최세용은 직접적으로 살인을 저지르기보다, 지능적인 수법으로 공범들을 조종하며 자신의 손에 피를 묻히지 않으려는 경향을 보였다. 그는 PC방 사업을 위한 절도 과정에서도 직접 행동에 나서기보다, 범행 대상을 물색한 뒤 공범들에게 실행을 지시하며 자신의 손에 피를 묻히지 않는 교활함을 보였다. 그는 안양 환전소 살인사건, 시신 없는 살인 사건 등 수많은 살인 행각의 배후에서 '가스라이팅'을 일삼아 공범들을 자신의 수족처럼 부렸다.
불법 대출 알선 브로커인 전 실장을 포섭하기 위해 그가 데려온 인물을 눈앞에서 살해하는 끔찍한 '퍼포먼스'도 선보였다. 전 실장은 체포된 후에도 최세용에게 극존칭을 쓰며 "그 사람은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며 극심한 두려움을 드러냈다. 다른 공범인 김성곤 역시 "집으로 계속 연락했다. 계속 따라왔다"며 최세용의 집요한 가스라이팅으로 인해 범행에 가담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최세용의 치밀함은 범행 수법 곳곳에서 드러났다. 자신을 향한 수사망이 좁혀오자 위조 여권을 만들기 위해 자신과 닮은 인물을 찾아냈고, 심지어는 자신이 즐겨 쓰는 검은 뿔테 안경까지 씌워 사진을 찍게 하는 주도면밀함을 보였다. 또한 증거가 남을 수 있는 휴대전화 대신 무전기를 사용하는 등 철저하게 흔적을 지우려 했다. 그를 변호했던 국선 변호사는 "감정적인 변화가 없어서 진짜 기계 같았다"고 회상했으며, 수사 검사는 "질문을 하면 맥락을 이해하고, 가장 유리한 변명이나 거짓말을 한다. 드라마 대본이나 마찬가지다"라고 평가할 정도로 최세용은 냉철하고 교활했다.
최세용의 잔혹한 범행으로 인해 아직까지 시신을 찾지 못한 피해자 중 한 명인 윤철완 씨의 부모님은 아들을 찾기 위해 필리핀 현지를 직접 방문했다. 윤 씨의 시신이 매장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곳과 마지막으로 머물렀던 숙소를 찾으며 오열하는 부모님의 모습은 시청자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최세용은 이 사건에 대해 여전히 스스로 생을 마감한 공범 김종석의 단독 범행이라고 주장하며 진실을 왜곡하려 들고 있다.
'괴물의 시간'은 최세용의 악행이 무기징역 선고로 끝난 것이 아님을 분명히 경고했다. 당시 수사 검사는 최세용이 재심이나 가석방을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을 것이라며, "여전히 법률적인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최세용의 이야기가 현재진행형이며, 그의 잔혹한 야욕이 언제든 다시 불거질 수 있음을 암시한다.
박지혜 기자 bjh@bn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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