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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선박 호르무즈 피격…이란 전쟁 참전 갈림길

서정민 기자
2026-05-06 07:0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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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해협 내 한국 국적 선박에서 폭발과 화재가 발생하면서, 미국과 이란 간 긴장이 한국으로까지 번지는 양상이다.

한국시간으로 4일 밤 8시 40분쯤, 호르무즈 해협 내측 아랍에미리트(UAE) 샤르자 북쪽 움알쿠와인항 인근 해역에 정박 중이던 국내 최대 해운사 HMM이 운용하는 'HMM 나무(HMM Namu)'호 기관실 좌현에서 폭발 및 화재가 발생했다. 해당 선박은 파나마 선적으로, 한국 선원 6명과 외국인 선원 18명 등 총 24명이 탑승해 있었으며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다. 화재는 이후 진압됐고, 선박은 두바이 항만으로 인양될 예정이다.

이번 사고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에 고립된 제3국 선박들을 탈출시키기 위한 미군 주도 작전 '프로젝트 프리덤'을 개시한 직후 발생했다. 이란은 자국 허가 없는 해협 통과를 금지하며 강경 대응을 경고해온 터라, 이번 폭발이 이란의 공격에 의한 것인지 여부에 국내외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즉각 자신의 SNS를 통해 "이란이 한국 화물선을 포함해 관계없는 국가들을 향해 발포했다"며 이를 기정사실화했다. 그러면서 "한국도 이 작전에 동참할 때가 됐다"고 공개 압박했다. 같은 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는 이란이 미군을 공격할 경우 "이란은 지구상에서 완전히 날아가 버릴 것"이라고 경고하면서도, 백악관 행사에서는 이번 갈등을 "작은 전쟁(mini war)"이라 표현하며 "협상은 잘 돌아가고 있다"고 했다.

청와대는 5일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 주재로 긴급 점검 회의를 열고 사고 원인 규명에 착수했다.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회의 후 서면 브리핑을 통해 두바이 현지 한국선급 지부 인력을 급파해 안전 검사를 진행하고, 중앙해양안전심판원 조사관과 소방청 감식 전문가도 현지에 파견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원인 파악 및 접안, 분석 기간을 감안하면 결과 도출까지 수 일이 소요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참여 요구에 대해 청와대는 "국제 해상교통로의 안전과 항행의 자유 보호 원칙, 한반도 대비 태세, 국내법 절차 등을 감안하여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전의 원론적 입장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폭발이 이란의 공격으로 확인될 경우 한국이 프로젝트에 참여할 명분이 충분해진다고 보고 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피격이 확인된다면 이란에 본격적으로 문제를 제기해야 하고, 미국과 공조를 강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미군 중부사령부는 이날 미국 국적 상선 2척이 호르무즈 해협을 안전하게 통과했다고 밝혔다. 브래드 쿠퍼 중부사령관은 미군이 이란의 순항미사일과 드론을 요격하고 소형 군함 6척을 격파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선박들은 여전히 해협 통과를 엄두내지 못하고 있다. 댄 케인 합참의장은 "현재 2만 2500명의 선원이 1550척 이상의 선박에 탑승한 채 페르시아만에 갇혀 있다"고 밝혔다.

이란도 강도를 높이고 있다. UAE 푸자이라 항구가 이란의 미사일 공격을 받아 불길에 휩싸였고, UAE 국영석유회사(ADNOC) 유조선도 드론에 피격됐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UAE 해안선까지 포함한 새로운 해상 통제 구역 지도를 공개하며 영향권을 확대하고 있다. 이란은 아울러 해협 통과를 원하는 선박에 '사전 통행 허가제'를 골자로 한 새 해상 규제도 공식 도입했다.

야당은 청와대를 향해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우리 선박이 공격받은 이상 호르무즈 해협 문제는 이제 우리의 문제"라며 이재명 대통령을 향해 "선박 한 척 빼내지 못하는 방구석 여포"라고 비판했다. 여당 더불어민주당 강준현 수석대변인도 "정부는 선원들의 안전을 위해 신속하고 정확하게 대처해 달라"고 촉구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공격을 휴전 위반으로 간주하고 전면 반격에 나설지, 아니면 종전 협상을 이어갈지 기로에 섰다고 평가했다. 일부 미국 및 외국 관료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며칠 내 군사 대응을 승인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보고 있다.

서정민 기자 sjm@bn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