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름다움의 기준은 시대마다 달랐다. 오래된 미인상들은 단지 어린 소녀의 얼굴만을 향하지 않았다. 조선의 미인도 속 여인들은 대개 단정히 머리를 올린 성인 여성의 모습으로 그려졌다. 더 멀리 거슬러 올라가면 구석기 시대의 비너스상처럼 풍만한 몸을 강조한 여성상도 있다. 그 몸은 단순한 외모의 기준이라기보다 생명력, 풍요, 출산과 연결된 아름다움으로 읽혀 왔다. 시대는 달라도 여성의 아름다움은 늘 몸과 삶, 생명을 품는 힘과 깊이 관계 맺어 온 셈이다.
이 작품을 그린 것은 결혼과 출산 전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화면 속 인물이 현실을 더 잘 반영한다고 느끼게 된다. 여성은 출산 전과 후에 전혀 다른 세계를 통과한다. 아이를 낳기 전에는 자기 자신이 삶의 중심에 놓인다. 몸도, 시간도, 꿈도, 계획도 비교적 자기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아이를 낳고 나면 그 중심은 믿기 어려울 만큼 빠르게 이동한다. 이미 많은 글과 매체를 통해 육아와 모성의 변화를 배웠다고 생각해도, 실제로 한 생명을 품에 안는 순간 찾아오는 감정은 상상보다 크다. 자기 자신이 너무 소중했던 사람이 어느 순간 아이를 위해서라면 당장 목숨도 내어줄 수 있겠다고 느끼게 되는 일, 그것은 배움으로 알 수 없는 영역이다.
이 작품의 미인은 여리기만 한 존재가 아니다. 오늘의 미인은 단순히 가냘프고 보호받아야 하는 여성이 아니다. 오히려 자기 일을 해내고, 가족을 돌보고, 사회 안에서 능력을 발휘하며, 무거운 책임을 감당하는 여성이 멋있다고 여겨지는 시대가 되었다. 결혼정보회사나 각종 매체가 말하는 ‘선호되는 여성상’ 역시 과거처럼 외모와 순종성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물론 사람을 조건으로 나누고 등급화하는 방식에는 불편함이 있지만, 그 안에서도 시대가 원하는 여성상이 달라졌다는 점은 보인다. 능력 있고, 자기 세계가 있으며, 단단하게 삶을 꾸려 가는 여성. 〈내숭: 원더우먼 다이어리〉의 인물은 바로 그 현대적 미인의 얼굴을 하고 있다.
헬멧 위의 ‘NEW YORK’이라는 글자는 그래서 의미심장하다. 그것은 특정한 도시라기보다, 한때 마음속에 품었던 더 큰 세계와 막연한 이상향에 가깝다. 누구에게나 그런 이름 하나쯤은 있다. 더 넓은 무대, 멋진 도시, 자기 이름으로 살아 보고 싶었던 시절의 표지 같은 것. 아이를 낳았다고 해서 그런 꿈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헬멧 위에 적힌 글자처럼 조금 멀어지고, 당장의 현실 뒤로 잠시 밀려날 뿐이다. 꿈은 접히지만 없어지지 않는다.
등에 멘 배낭도 단순한 소품이 아니다. 그 안에는 눈에 보이는 육아용품만 들어 있지 않다. 가족의 일정과 끝내지 못한 일, 피로, 책임, 미안함, 내일을 버텨야 하는 의지가 함께 들어 있다. 사회는 엄마를 쉽게 위대하다고 말하지만, 실제로 엄마의 하루를 떠받치는 것은 찬사가 아니라 체력과 노동, 끝없는 조율이다. 아이가 아프면 일정이 흔들리고, 육아의 공백은 여성의 경력 공백으로 이어진다. 가사와 돌봄은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 너무 쉽게 당연한 몫이 된다.
한복과 헬멧, 배낭과 색동 바지의 조합은 우스꽝스러우면서도 정확하다. 겉으로는 단정하고 씩씩해 보이지만, 속에는 사랑과 피로, 책임과 꿈이 한꺼번에 들어 있다. 필자가 붙잡아 온 ‘내숭’의 정서는 바로 여기에 있다. 단아한 표면 아래 복잡한 속마음이 겹겹이 숨어 있는 상태. 엄마의 얼굴도 그렇다. 강해 보이지만 누구보다 여리고, 책임감 있어 보이지만 때로는 도망치고 싶고, 가족을 위해 자신을 내어주면서도 끝끝내 자기 꿈의 불씨를 꺼트리지 않는다.
전통 미인도가 한 시대가 꿈꾼 여성의 아름다움을 담았다면, 〈내숭: 원더우먼 다이어리〉는 오늘의 한국 사회가 마주한 여성의 아름다움을 그린다. 그것은 단순히 젊고 여린 아름다움만이 아니다. 아이를 낳고, 삶을 감당하고, 책임을 짊어진 뒤에야 드러나는 완숙한 아름다움이다. 한 생명을 돌보는 몸, 지친 밤에도 다시 일어나는 마음, 자기 꿈을 완전히 포기하지 않는 의지. 그런 태세야말로 현대의 미인도가 담아야 할 얼굴이다.
하지만 이 아름다움을 찬사로만 소비해서는 안 된다. 엄마가 강하다고 말하는 사회는 자주 그 강함에 기대어 책임을 미룬다. “엄마니까 할 수 있다”는 말은 때로 “엄마니까 견뎌야 한다”는 말로 바뀐다. 워킹맘을 원더우먼이라 부르는 일은 따뜻해 보이지만, 그 말이 제도와 분담, 돌봄의 공정한 책임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결국 또 다른 부담이 된다. 영웅이라고 부르기 전에, 왜 매일 영웅처럼 살아야만 하는지 보아야 한다.
결국 〈내숭: 원더우먼 다이어리〉는 묻는다. 아름다움이란 무엇일까. 젊고 가냘픈 몸일까, 아니면 삶의 무게를 통과하고도 자기 안의 색동을 잃지 않는 마음일까.

한국화가 김현정은 선화예중·예고를 거쳐 서울대학교에서 경영학과·동양화과 학사와 동양화과 석사·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김현정 작가는 현대 한국인의 삶과 감정을 유머와 풍자로 풀어낸 21세기 풍속도 〈내숭 시리즈〉로 널리 알려졌으며, 다수의 개인전과 전시 작품 완판, 6만 7402명의 국내 개인전 최다 관람객 기록 등으로 주목받았다. 김현정 화가의 작품은 초·중·고 교과서 31종에 수록되어 있으며, 현재 서울시 홍보대사로 활동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그림에세이 《김현정의 내숭》, 컬러링북 《내숭이야기 컬러링북》, 《한국화를 배우는 시간: 개념편》, 《한국화를 그리는 시간: 실기편》 등이 있다. 또한 김현정 작가는 미술강연과 강의를 이어가는 교수로서 전통 회화와 동시대 시각문화를 연결하고 있으며, 30만 팔로워와 소통하며 국내외 전시·교육·집필·칼럼을 통해 한국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확장하고 있다.
글_김현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