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브라질에서 한국으로 가져온 커피 머신을 가비는 매일 사용한다. 좋아하는 하바이아나스 쪼리도 함께 챙겨왔다. 블랙스완의 멤버가 되기 위해 삶의 터전을 옮겼지만, 익숙한 물건들은 지금도 그의 일상에 남아 있다. 무대 위 가비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그 무대를 꿈꾸던 브라질 소녀의 취향과 선택을 만나게 된다.
K팝을 처음 알려준 사람은 학교 친구였다. 가비는 음악과 퍼포먼스가 어우러지는 방식에 매력을 느꼈다. 듣는 즐거움과 보는 즐거움이 함께 있는 무대였다. 그중에서도 유독 마음을 붙든 것은 한국어의 소리였다.
“특히 한국어가 멜로디와 조화를 이루면서 들리는 게 정말 좋았어요.”
좋아하는 음악을 듣던 마음은 언젠가 자신도 직접 해보고 싶다는 바람으로 이어졌다. 가비는 단순히 K팝을 좋아하는 것을 넘어 아티스트가 되고 싶어졌을 때 한국행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예술 분야에서 일하고 싶다는 어린 시절의 꿈에, 가수라는 구체적인 모습이 생겼다.

“아빠의 응원 덕분에 용기를 내서 도전했고, 결국 합격했어요. K팝 회사 오디션은 그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어요.”
가족은 꿈을 향해 나아가겠다는 결정을 지지했다. 가비는 지금도 가족의 응원이 큰 힘이 된다고 말한다. 한국행의 시작을 돌아보는 답변에 합격의 기쁨만큼 또렷하게 남아 있는 것은, 망설이던 자신을 응원해준 아버지의 존재다.
한국에서 만난 사람들과는 말부터 익혀가야 했다. 윤등룡 대표를 처음 만났을 때 가비는 한국어를 전혀 하지 못했다. 많이 긴장하고 떨렸지만, 대표가 따뜻하게 대해주고 응원해줬던 기억이 남아 있다. 꿈꾸던 일을 시작하는 설렘과 낯선 환경의 긴장이 함께하던 때였다.
한국 생활에 적응하는 과정에서는 멤버들과 주변 사람들이 힘이 됐다. 가비는 그들 덕분에 조금씩 익숙해질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생활을 한 번에 편안하게 받아들였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곁에 있는 사람들의 도움을 받으며 자신의 일상을 만들어갔다.

윤 대표에게 들은 말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문장을 묻자, 가비는 성장한 자신을 바라봐준 말을 전했다.
“가비야, 네가 정말 많이 변했구나. 네가 성장한 모습을 보니 정말 기쁘고, 지금의 네가 된 것이 자랑스럽다.”
처음 만났을 때는 한국어를 하지 못해 긴장했던 사람이 이제는 자신의 변화를 인정받는 멤버가 됐다. 그 사이에 어떤 시간을 보냈는지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가비가 이 말을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에서 그에게 얼마나 소중한 격려였는지 짐작할 수 있다.
학교 친구가 들려준 K팝, 아버지가 건넨 응원, 한국에서 만난 사람들의 도움. 가비의 한국행에는 자신의 결심과 함께 여러 사람의 마음이 있었다. 그리고 지금도 매일 사용하는 브라질의 커피 머신이 있다. 좋아하던 음악을 자신의 일로 만들어가는 동안에도, 출발한 곳의 일상은 그렇게 곁에 남아 있다.
김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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