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수식어가 필요 없는, 김병만 [인터뷰]

한효주 기자
2024-10-14 15:35:56

2002년 KBS 제17기 공채 개그맨으로 정식 데뷔한 김병만. KBS2 ‘개그콘서트’, ‘출발드림팀’, SBS ‘정글의 법칙’ 등 각종 예능에 출연해 뛰어난 무술 실력은 물론 놀라운 재주들을 선보이며 시청자들을 감탄케 했다. 

화보 촬영을 위해 카메라 앞에 선 김병만은 자신을 뚜렷이 입증한 내추럴 콘셉트, 그의 무게감이 그대로 표현된 다크 콘셉트, 그리고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정지현 선수와의 케미를 뽐낸 듀엣 콘셉트까지 거뜬 소화해 내며 자신의 끼를 아낌없이 과시해 보였다.

TV CHOSUN 서바이벌 예능 ‘생존왕’으로 돌아온 김병만, 그리고 팀원으로 한 팀의 든든한 성벽이 되어준 2004 아테네 올림픽 레슬링 금메달리스트 정지현 선수의 이야기까지 모두 담았다.

Q. 화보 촬영 소감

김병만: 2004년부터 프로그램을 통해 연이 닿았고 지현이가 현역에 있을 때는 방해될까 봐 통화만 하고 못 만났었는데 지현이가 최근에 사회에 나와 체육관을 차리고 난 이후로 자주 만나게 됐다. ‘생존왕’을 같이 하게 되기도 했고 망가져 있던 몸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정지현 선수에게 지도를 받으면서 체력을 끌어올려 화보를 찍어보고 싶었다. 개그콘서트의 아크로바틱 코미디를 다시 한 느낌. 한 가지의 버킷리스트를 해낸 것 같다.

Q. 자신의 성격과 매력을 반영한 ‘다섯 글자’ 자기 PR을 하자면

김병만: ‘인생 똑바로’ 그냥 올곧이 직진이다. 그리고 ‘의리가 최고’ 누구를 믿으면 쭉 믿고 마음이 약해서 나도 힘든데 상대를 돕다가 상처를 받기도 한다.

정지현: ‘똑바로 살자’ 남한테 피해 안 주고 사람답게, 또 바르고 정직하게 살려고 한다. 누구를 보더라도 항상 존중하려 한다.

Q. TV CHOSUN 서바이벌 예능 ‘생존왕’ 촬영 소감

김병만: 공항에 내리자마자 촬영 시작 전부터 입꼬리가 올라가 있었다. 개인적으로 정글을 좋아하기도 하고 나무와 친해지고 자연환경 속에서 무언가 하려 하니 오지가 더없이 좋고, 현지인들과 말이 안 통해도 그냥 되게 반가웠고 스스럼없이 다가갔다. 남들은 힘드니까 그만하라고 하는데 내 몸이 지치고 피로해도 너무 즐거웠다.

정지현: 연출일 거라 생각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갔다. 나는 병만이 형의 지치지 않는 에너지에 가장 힘들었다. 3일 만에 5kg가 빠질 정도로 생각보다 많이 힘들었는데 그만큼 좋은 그림들이 많이 나온 것 같아 기대가 많이 되고 시청률이 얼마나 나올지 궁금하다.

Q. ‘생존왕’ 출연진들과의 합은 어땠는지 궁금하다

김병만: 우리 중 제일 젊은 김동준은 머리와 운동신경, 정지현은 힘, 나는 노하우 역할로 팀워크가 너무 좋았다. 셋 다 승부욕이 장난 아니다. 나는 그동안 배워왔던 정글인의 자존심이 있지 않나. 시청자분들과 우리 팀원에게 부족한 모습을 보여주기에 미안했다. 그래서 정말 다른 때 보다 더 열심히 했다. 인터뷰하다 졸 정도로 모든 걸 다 쏟아 냈다.


Q. ‘생존왕’에서 서로를 보면서 대단하다고 느꼈던 순간이 있다면


김병만: 평상시에 이빨을 감추고 있다가 자기가 해야 하는 역할에 들어서 선수의 이빨을 보이는데 머리가 쭈뼛 섰다. 그걸 보면서 내가 지현이하고 인연이 있는 그 자체가 뿌듯하고 자랑스러웠다. 전체적으로 우리 팀이 피지컬이 다른 팀에 비해 셋 다 작은 편이었는데 팀 내에서 가장 든든한 성벽이 되어준 사람이다. 지현이가 참 든든했다. 역시 올림픽 세계 1위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구나 하는 걸 다시 한번 느꼈다.

정지현: 형님은 ‘뭐 하나를 딱 해야겠다’라고 생각하시면 그거를 진짜 미친 듯이 될 때까지 해내시더라. 나도 뭐 하나에 꽂히면 미친 듯이 하나만 파는 스타일인데 나보다 더 한 수위인 것 같다.

Q. 촬영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비하인드 스토리

김병만: 모든 사람들이 위압감을 주는 건 처음이었다. 출연진의 커리어들이 다 선수 출신이었다. 나는 코미디언으로서의 달인인 거고, 내가 갖고 있는 건 정글의 노하우였다. 추성훈과 내가 제일 연장자였는데 성훈이는 현역이다. 운동을 나도 하긴 하지만 일 때문에 술을 먹기도 하고 하는 몸 상태로 갔는데 예고편에 나왔다시피 나 자신이 그렇게 초라해 보이더라. 여자 출연자도 2명인데 여자로 안 보이고 그냥 선수였다. 그들과 싸우고 경쟁에서 이기려면 내가 100% 아니 120%로 에너지를 써야 했다. 중간에 멈추면 도태되니 멈출 수 없었다. 정글보다 더 힘들다고 느꼈고 끝날 때까지 긴장감을 놓지 않았다. 그리고 정글 통틀어서 물속에서 4시간 반을 무언가를 찾아 헤맸다. 물안에서 가장 오래 있어봤고 동틀 때까지 있었던 건 처음이다.

정지현: 새벽 6시 반, 해 뜰 때까지 일하느라 서서 졸아본 적이 처음이었다. 나무 잡고 졸았었는데 나만 그랬던 게 아니라 스태프분들 얼굴을 봤는데 눈이 반쯤 감겨 있었다. 나는 레슬링 경기 3분에 하루에 쓸 힘을 다 쓰는데 맞춰져 있어 힘이 빠진 상황에 다른 친구들이 오면 되게 반가웠다. 잠깐이라도 쉴 수 있으니(웃음).

Q. SBS ‘정글의 법칙’ 후, 세월이 흘러감에 따라 체력 차이 가장 크게 느꼈던 적은 언제인지

김병만: 뭔가를 들어 올리려고 하는데 안 들릴 때 충격이었다. 물속에서도 오래 참아왔던 숨이 좀 짧아지더라. 힘 빼는 방법을 아는 노하우로 다른 사람보다 좀 오래 있을 수 있었고 쉽게 뭔가를 찾을 수 있었다. 평소에 관리가 중요하구나 싶어 정신이 번쩍 들었다. 술도 줄이고 운동을 조금이라도 더 하려고 한다.

Q. 방송 쉬는 동안 어떻게 지냈나

김병만: 공식적인 방송은 많이 하지 않고 개인적으로 유튜브를 했다. 내가 하고 싶은 걸 계속 찍으면서 어필했다. 뉴질랜드에서도 마치 큰 땅에 게임 캐릭터가 떨어져서 무언가를 짓고, 만들고, 동·식물도 키우고 하면서 꾸며가고 있었던 것. 서바이벌을 떠나서 언젠가 이런 걸 계속하는 게 또 다른 꿈이다.

Q. 2004 아테네올림픽 레슬링 金 메달리스트 정지현 선수는 ‘피지컬 100 시즌2’ 출연 이후 어떻게 지냈나

정지현: 체육관 운영 신경 쓰면서 몸도 만들고 가끔 방송이나 행사 들어오면 하면서 지냈다.

Q. 추후 도전하고 싶은 활동이 더 있는지

김병만: 이전에 말한 뉴질랜드 같은 프로그램, 그리고 MBN ‘떴다! 캡틴 킴’도 했고 실제 비행에 관련 공부를 3년간 했고 뉴질랜드 기장 친구가 취미로 하고 있어서 친구에게 배우고 있다. 비행기의 메커니즘, 비행 역학에 대한 이야기를 세세하게 풀어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 생존 플러스 비행기를 몰고 다니면서 뉴질랜드 지도에 나와있는 활주로를 찍으며 주위 명소들을 찾아다녀보고 싶고, 환경에도 관심이 있어 완도에서 600여 명과 같이 해양 청소도 하며 공부를 계속하고 있다. 또 코미디에 대한 그리움이 있다. 트로트, 가수 등 공연이 많지만 코미디 공연이 없어졌다. 웃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찾아가는 코미디를 하자 싶어 청도 코미디 페스티벌에 오프닝 공연을 만들어서 준비를 하고 있다. 이게 잘되면 전국투어, 해외투어까지 할 생각으로 후배들과 연습하고 있다. 참 욕심이 많아서 잠을 못 잔다(웃음). 큰 수익을 떠나서 내가 했을 때 즐거운 일을 하는 게 좋다.

정지현: 레슬링 체육관을 운영하고 있지만 대중화가 안되어 있고 잘못된 인식들이 많은 것 같다. 딱 달라붙는 의상과 만두 귀, 위험해 보이고 힘든 운동이라 생각을 많이 한다. 일반인들도 얼마든지 쉽고 안전하게 할 수 있는 운동이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많이 알리고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스포츠라는 걸 알아갈 수 있도록 노력을 하고 싶다. 결국 레슬링 대중화를 이루고 싶은 것. 그리고 병만이 형이 많이 도와주는데 형 같은 예능인, 방송인이 되고 싶다.


Q. 슬럼프 있었나, 있었다면 어떻게 극복해 냈는지


김병만: 안 좋은 일이 있던 이후로 행복이라는 걸 못 느끼고 살았다. 10여 년의 고민이 있었고, ‘나는 왜 살지.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사나?’라는 생각을 하며 나에 대한 행복은 없었던 거다. 익스트림하는 순간엔 다 잊어서 솔직히 스카이다이빙을 하루에 15번 할 정도로 진짜 많이 했었다. 또 산을 걸으면서 자연이 더 좋아지고 사람을 경계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사람을 안 만나고 외곽으로 빠졌다. 사람이 또 너무 조용히 있으면 구설수가 더 많이 따르지 않나. 그 사이에 경찰청, 군부대에 재능기부로 특강을 다니면서 내가 살아왔던 이야기, 도전, 열정, 꿈에 대해 이야기했다. 요즘에는 사람들과 부딪히려 코미디 공연을 하려고 하는 거다. 실제로 만나보니 응원하는 사람은 참 많더라. 욕하는 사람들은 다 사이버상에 있었다. 사람들과 대화하면서 스트레스를 많이 풀고 있고 ‘나를 응원하는 사람과 좋아해 주는 사람을 향해 발걸음을 더 보이자’하는 마인드로 살아가고 있다.

정지현: 운동 생활 하면서 슬럼프는 중간중간 계속 있었다. 계속해왔던 분야를 떠나 제2의 인생을 살고 있지 않나. 나올 때 ‘사회생활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도 많았는데 지금이 새로운 시작이자 가장 어려운 시기인 것 같다.

Q. MBTI & 본인이 바라본 자신은 어떤 사람인가

정지현: ISTP, 아집이 좀 있는 것 같고 뭐 하나 꽂히면 계속 그것만 보고 가는 스타일이다. 거절도 못해서 맨날 오케이만 하다가 최근에 조금씩 거절하는 법을 조금씩 배워가고 있는 것 같다. 내가 실속이 있어야 하는데 남 좋은 일만 계속하면서 내 할 일을 잘 못하고 있는 걸 요즘 많이 느껴서.

김병만: MBTI는 잘 모른다. 욕심이 너무 많은 것도 놓을 줄 알아야 하는데 되든 안되든 다 경험하려 했다. 신인 때 일을 같이 했던 매니저를 12년 만에 만났는데 엉켜있는 낚싯줄을 다 정리해 주더라. 순간 내 방향이 보이기 시작했다. 버릴 건 버리고 이제는 책장을 정리할 때인 것 같다.

Q. 평소 취미

정지현: 바다낚시 좋아한다. 제주도 가서 바다만 봐도 너무 행복하다. 공항에 내릴 때부터 설레고 힐링된다. 선수생활 할 때부터 1년에 2, 3번 정도 바다 가서 힐링하면서 힘든 생활을 버텨왔던 것 같다.

김병만: 목공, 숲 속에서 트리하우스 짓고 뭔가를 만드는 걸 너무 좋아한다. 기계로 뭔가를 하는 순간에 잡생각을 안 난다. 이전에는 스카이다이빙 많이 했었는데 2017년 7월에 허리 부상을 입게 돼 ‘익스트림을 그만하라는 신호다’라는 생각이 들더라. 비행 공부를 한 이후로는 목공, 숲 속에서 무언가를 만들면서 힐링한다.

Q. 앞으로의 계획

정지현: 일단 체육관을 활성화시키고 대외활동을 마음 편히 할 수 있을 정도만 되면 좋을 것 같다. 그러면서 방송활동도 있으면 간간히 할 계획이다.

김병만: 오래 봐왔던 형으로서 지현이가 방송인으로서 부드럽고 재밌는 모습도 있다는 걸 보여주는데 좀 도움이 되고 싶다. 그리고 환경, 정글, 생태 등에 대한 정보를 재미있게 전달해 줄 수 있는 연예인이고 싶다. 단순한 웃음보다 웃음에 더해 재미있게 정보를 줄 수 있는 그런 사람. 인포테이너(웃음)?

Q. 대중들에게 어떻게 기억되고 싶은가

정지현: 사람들이 강하고 무서운 이미지로 봐주시는데 친근하고 친숙한 이미지의 레슬러로 인식이 되고 싶다.

김병만: 인간 김병만이라는 자체가 브랜드가 되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나만의 시장을 개척을 하는 게 워낙 유니크하니까, 어렵지만 난 이 걸 선택한 거고 하면서 즐겁고 행복하다. 수식어 달인 김병만이 아니라 김병만 하면 파일럿도 떠오르고 코미디언도 떠오르는 인간 김병만 석자로 기억에 남는 존재가 되고 싶다.

한효주 기자 hhz@bn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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