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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직접 찾아가봐야 그 진가를 알 수 있는 ‘찾아가는 양조장’

김도윤 기자
2023-12-14 17:44:29

지난 11월 4일 충남 예산의 한 사과밭에서는 외국에서나 볼 수 있을 것 같은 야외축제가 열렸다. 부모 손을 잡고 축제장을 찾은 어린이들은 사과따기, 사과파이 만들기에 한껏 신나 있었고, 어른들은 사과술 무료시음행사, 축하공연을 즐기며 모처럼 가을 한나절을 맘껏 누렸다. 

이날 축제가 열린 곳은 농업회사법인 예산사과와인 양조장으로, 사과와인축제는 올해로 20년을 맞았다. 이곳 양조장 설립이 2010년인 걸 보면, 양조장 건물을 짓기 훨씬 전부터 축제를 시작한 셈이다.

예산사과와인 정제민 대표는 “외국의 와이너리를 가보면 언덕 위에 끝없는 포도밭이 펼쳐져 있고, 사람들은 와인시음에 행복해하는 모습들이어서, 한국에서도 이런 축제를 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곳 축제장을 찾은 방문객 중 절반은 외국인이었다. 행사당일을 포함해 축제기간(10월1~11월12일) 행사장을 찾은 방문객은 2만명이 넘었다. 
예산 사과와인축제

예산사과와인 과수원은 1만평에 달한다. 이곳을 찾는 이들은 누구나, 드넓은 사과밭을 거닐 수 있고, 수확철인 가을에는 사과따기도 체험할 수 있다. 2014년 정부로부터 ‘찾아가는 양조장’으로 선정된 이후에는 전통주를 좋아하는 젊은이들의 주말 방문이 많아졌다고 한다.

정제민 대표는 “찾아가는 양조장 선정 이전에 비해 이후에 방문객 수가 크게 늘었을 정도로, 찾아가는 양조장이 양조장 홍보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찾아가는 양조장 사업은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2013년부터 전통주 산업 활성화 정책의 하나로 추진하고 있는 우수 양조장 지원 사업이다. 

좌: 박순임 선임기자, 우: 해창양조창 전경

또 하나의 명소 양조장은 땅끝마을 해남에 있는 해창주조장이다. 지금으로부터 거의 100년 전인 1927년 일본인이 양조장을 겸한 주택을 지으면서 일본식 정원을 꾸민 공간이 지금껏 양조장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온갖 이름 모를 나무들이 세월의 흔적을 켜켜이 지닌 채 ‘비밀의 화원'을 둘러싸고 있다. 

이곳에서 만드는 해창막걸리에 사람들은 두번 놀란다고 한다. 한 번은 비싼 가격에, 또 한 번은 기가 막힌 찰진 맛에. 10만원이 넘는 해창18도 막걸리 가격은 지금도 논란의 대상이지만, 명절과 신년에만 한정 판매하는 해창18도 막걸리는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인기가 높다. 이곳 역시 찾아가는 양조장에 선정됐다.

지역특산주인 해창막걸리는 온라인으로도 살 수 있지만, 100년 역사의 숨결이 숨쉬는 해창주조장을 방문해서, 현장에서 술을 구입하는 것은 술꾼들에게는 또 다른 재미가 될 것이다. 

오미나라양조장 전경

중부내륙고속도로 문경새재IC를 빠져나와 차로 5분을 더 달리면 오미나라 양조장이 나온다. 오미나라는 세계 최초의 오미자 스파클링 와인 오미로제를 만드는 술방이다.

양조장에 들어서면, 오바마 전 대통령 등 해외 정상들이 방문객을 맞이하는 진풍경(?)이 벌어진다. 한국을 찾은 많은 해외정상들이 공식 식전주로 오미로제를 마신 모습들이 복도에 진열돼 있다. 운이 좋으면 이종기 대표의 안내를 받아, 오미자를 발효, 숙성, 그리고 증류, 병입하는 공정을 직접 눈에 담을 수 있다.

양조장 바로 앞에는 오미자를 직접 키우고 있어 가을철이면 빨갛게 익은 오미자 열매를 따먹을 수도 있다. 찾아가는 양조장은 역시, 직접 찾아가봐야 그 진가를 알 수 있다. 

글.조선비즈 박순욱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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