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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안동진맥소주를 만드는 '맹개술도가'

김도윤 기자
2024-01-16 13:12:27

차로는 갈 수 없는 양조장이 있다. 양조장 바로 앞에 낙동강 상류가 길을 막고 있어, 평소에는 바퀴 큰 트랙터로 옮겨타야 하고, 물살이 거센 여름에는 배를 타서 건너가야 하는 양조장이 있다.

‘육지 속 섬’인 안동 맹개마을에 있는 양조장 맹개술도가는 직접 기른 통밀로 ‘안동 진맥소주'를 만드는 곳이다. 맹개마을은 ‘해가 잘 드는 외딴 강가 마을'이란 의미다. 연산군 때 임금의 노여움을 사, 안동으로 유배된 이현보 선생의 종가인 농암종택이 바로 인근에 있다. 

‘교통 비친화적’인 맹개마을에는 그러나, 일년 내내 방문객이 끊이지 않는다. ‘미스터 션샤인' 드라마 제작진이 촬영한 한 곳이고, 신혼부부의 야외촬영 명소로도 떠올랐다. 일년에 이곳 맹개마을을 찾는 이는 만명이 훌쩍 넘는다. 

맹개마을 조성에는 수백년의 세월이 거들었다. 태백에서 발원한 낙동강 물은 맹개마을 옆, 청량산을 지나서 남쪽으로 흘러간다. 그 과정에서 제일 북쪽에 위치한 곳이 맹개마을이다.

봉화군에도 접해 있어, 안동의 제일 북쪽에 자리하고 있다. 옛부터 산세가 험하고 낙동강 상류라서 물살이 거세, 굽이치는 지형이 많이 만들어졌다. 오랜 시간이 흐르면서 한반도 지형 같기도 하고, 둥그런 섬 같기도 한 맹개마을도 형성됐다. 

맹개마을이 청량산과 도산서원 사이에 있어서, 퇴계 이황 선생이 청량산을 가기 위해 자주 이곳을 지나갔다는 기록도 있다. 퇴계 선생은 산에 오르면서 맹개마을을 내려다보고는 ‘내가 그림 속으로 들어간다'는 싯구를 남겼다. 퇴계 선생의 발자취가 남아있는 곳이 맹개마을이다. 

맹개마을은 온통 밀밭이다. 3만평이 넘는 이곳은 봄철에는 밀이, 가을에는 메밀이 지천이다. 특히, 메밀꽃이 흐드러지게 피는 가을에는 매년 야외 음악회가 열린다.

음악회는 양조장 대표 부부가 직접 비닐로 만든 돔하우스에서 열린다. ‘소목화당(작은 나무, 그리고 꽃이 피는 집)’이란 이름의 펜션도 운영하고 있어, 양조장 투어를 온 방문객들은 하룻밤 기거하면서 산골마을의 정취를 오롯이 즐길 수 있다. 숙박만 가능한 곳이 아니다. 밀, 메밀로 빵 만들기 체험, 밀밭에서 밀 서리 하기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도 인기다. 

맹개술도가 김선영 대표, 박성호 이사 부부는 2022년 11월 ‘농업인의 날'에 대통령상을 받기도 했다. 농사 지은 유기농 밀(1차 산업)로 진맥소주를 만들어(2차산업), 휴양을 겸한 자연체험마을을 운영(3차산업)해, 우리 농촌이 지향하는 6차산업을 일군 성과를 인정받은 것이다.

독일 베를린에서 컴퓨터공학 박사학위를 받은 박성호 이사는 귀국 후, 온라인 공연예매 전문 IT업체를 차려, 성공한 벤처기업인으로 활약했다. 그러다, 뜻한 바 있어 고향도 아닌 안동에 내려와 3만평 밀밭농사를 지었다. ‘밀의 고부가 상품’이 술이라고 생각한 박 이사는 2016년에 양조를 시작, 2019년부터 진맥소주를 세상에 내놓았다.

다행히 시장의 반응은 좋았다. 내년에는 제2양조장 건립도 시작된다. 2023년에는 양조장 증설로 바빠, ‘찾아가는 양조장’ 신청을 하지 못한 맹개술도가는 2024년에는 ‘찾아가는 양조장’ 선정에 도전할 예정이다.

글. 박순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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