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겜2’ 탑, 황동혁 감독은 빛 “용기와 믿음 덕분”
|‘오겜2’ 탑, 빅뱅 완전체는 희망고문 “평생 미안... 연락 안 해”
“풀어 나가야 될 숙제라고 생각한다. 시간이 오래 걸린다 한들 제가 다 감내해야 할 것”
탑은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카페에서 언론 인터뷰를 열고 취재진과 만났다. 오랜만의 공식 행사에 다소 긴장한 듯한 탑은 “11년 만에 인터뷰를 하게 됐다. 신중하게 적절한 시기를 고민하다 용기를 냈다”라며 “그동안 홍보 일정에서 제외가 됐던 것은 제 결정권한이 아닐뿐더러 이번 인터뷰는 제가 먼저 요청을 드린 것”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그는 “그전까지는 이렇게 기자님들을 만나 뵐 명분이 없었다. 그동안 못 나눈 이야기들과 저의 과오에 대해 사죄드리고 싶은 마음이 컸다. 스스로 정신적으로 단단해지고 건강해진 모습을 다시 보여드리고 싶었다”라며 “(저에겐) 오늘이 첫 시작인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감사한 마음”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탑은 2016년 대마초를 흡입한 혐의로 징역 10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후 그는 팬들과 SNS에서 설전을 벌이며 빅뱅 탈퇴와 동시에 연예계 은퇴를 선언한 바. 그렇게 탑은 2022년 4월 ‘봄여름가을겨울’을 끝으로 그룹 활동을 종료했다. 2023년 달 비행 프로젝트, 와인 사업에 이어 솔로 활동을 예고하는 게시물로 간간이 근황을 전해왔다. 지난해 ‘오징어게임2’ 티저를 통해 그의 복귀가 공식화되자 대중들 사이에서는 작품 공개 전부터 불매 운동 움직임까지 일며 컴백을 반대했다.
그럼에도 탑은 침묵으로 일관하며 무반성 태도라는 오해를 낳았다. 팬들과 기싸움 사건을 묻자 “처음 겪게 된 추락은 저조차도 한 번도 겪어본 적 없는 어둠이었다. 정신이 피폐했고 이성적인 판단이 어려웠다. 자기 혐오감에 판단력이 흐려져 실수를 저지른 것 같다. 아직도 많이 후회하고 반성하고 있다”라며 “그 당시에는 일어설 힘조차도 없었기 때문에 모든 것을 그만두려 했던 시기였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탑은 빅뱅 복귀에 대해서는 완강한 입장을 고수했다. 그는 “평생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살 것 같다. 염치가 없어 멤버들에게 연락을 안 한 지는 좀 됐다. 이별의 아픔이 시간이 지나고 마음의 여유가 생기면 다시 연락하지 않을까”라며 “최근 태양 콘서트는 잘 봤다. 뿌듯하면서 멋있더라. 늘 응원하는 마음이다. (상대측에서) 오퍼가 와도 재결합은 힘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암흑 속 탑의 유일한 돌파구는 음악이었다. “집과 작업실만 오가며 음악 만드는 데에만 집중했다. 제가 듣고 싶은 음악을 만들면서, 또 마이크 앞에 있을 때 숨통이 트이는 느낌이었다. 오로지 작업물을 통해 저라는 사람의 존재 이유를 깨닫고 되살아났다. 아마 음악이 아니었다면 일어서지 못했을 것”이라며 “음악적 활동 계획은 정확하게 말씀드릴 수 없지만 만들어 놓은 결과물은 많이 있다”고 귀띔했다.
극 중 ‘타노스’는 약물 중독이라는 점에서 그의 도전은 정면승부라 할 수 있다. 출연 결심 계기에 대해 “부끄러운 과거를 직면해야 하는 캐릭터였기 때문에 고민이 많았다. 세계적으로 이미지가 박제될 수 있는 만큼 신중했다”라며 “친분 캐스팅 의혹 기사를 보고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아 하차도 고려했다. 하지만 그동안 캐릭터를 같이 디자인해 온 감독님께서 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셨다. 감사한 마음에 용기를 냈고 믿음에 보답하고자 책임감을 갖고 치밀하게 준비했다”고 답했다.
또 그는 “그동안 다른 작품 제안은 없었다. 그런 욕심도 기대도 전혀 없었다. 아무도 나를 찾지 않을 때 황동혁 감독님께서 손을 내밀어 주셨다. ‘오징어 게임’이라서 더 부담스러웠고 압박감이 심했다”라며 “감독님께 너무 감사한 마음뿐이다. 함께 작업할 수 있어 영광이었다. 덕분에 영감도 받고 많이 배웠다. 인간 최승현 자체도 성장했다”라며 진심을 전했다.
2014년 ‘타짜-신의 손’ 후 긴 공백기를 가진 탓일까. 탑의 연기는 국내외 반응이 첨예하게 갈렸다. 래퍼 탑의 ‘추구미’라면 몰라도 배우 최승현의 ‘인생캐’로는 아쉬운 것이 사실. 그는 “연기는 주관적이기 때문에 호불호가 갈릴 수밖에 없다. 어떤 의견이든 겸허하게 받아들이며 하나하나 모니터 하면서 배워나가는 과정에 있다”라며 “제 연기에 스스로 점수를 매기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다. 단지 오그라드는 호흡을 선호하지 않는 분들이 계신데 타노스의 의도된 성격이 그런 것”이라고 말했다.
보라색 머리의 뒤틀린 관종에게 평가가 박할 수밖에 없는 한국과 달리 해외에서는 확실한 개성에 호평 일색이다. ‘타노스’ 캐릭터 설정에 대해 “실패한 힙합 루저인 만큼 엽기적이고 과한 제스처로 설명된다. 랩도 단순하고 직관적이면 재밌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시나리오보다 글자수를 줄였고 숏폼에서 밈화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약간의 변주를 주었다”고 설명했다.
또 논란 이후 ‘타노스’의 활약상이 축소된 것이 아니냐는 물음에는 “타노스의 퇴장은 원래 (시즌2로) 그렇게 계획되어 있었다. 약물을 오남용한 배경이 있기 때문에 그 타이밍에 죽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라며 “아쉬운 점보다는 죽어 마땅하다”고 빗대어 말하며 본인을 질책하기도.
탑은 앞으로의 포부에 대해 “지난 10년 동안 좋은 뉴스가 한 번도 없었던 점에 대해 죄송하다. 지옥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멈춘 시간들이 아깝다고 생각지 않는다. 그 또한 제가 겪어야 했던 어둠의 시간이었다”라며 “보다 성장한 자아를 표현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건실하게 살겠다. 배우로서도 뮤지션으로서도 더 진정성 있어지겠다. ‘오징어게임2’ 재밌게 즐겨주시고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있더라도 좋게 봐 달라”고 당부했다.
작품 공개 후 누리꾼들 사이에서 ‘성기훈’의 “얼음~” 만큼이나 “빨주노초 암 어 레전드 타노스”의 생명력이 제법이다. 이는 발연기 이슈를 차치하고서도 그가 맡은 캐릭터에 대한 여운이 꽤 질기다는 방증이다. 결국 ‘오징어게임2’와 함께 제2의 전성기를 맞은 사실을 계속 모른 체할 수도 없는 노릇. 그의 입을 통한 진실의 사과는 던져졌다. 연기로 보답하겠다는 겉치레에 불과할지 그의 행보를 지켜보는 수밖에 없겠다.
한편 ‘오징어 게임2’는 3주 연속 ‘넷플릭스 톱 10’ 글로벌 전체 1위를 기록했다. 현재까지 총 시청 시간은 1억 8천 830만 시간이다.
이진주 기자 star@bntnews.co.kr